눈 그리고 강아지들... 오랜만에 과수원 오두막엘 갔다. 간밤에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과수원 언덕이 은빛으로 아름다웠다. 과수원 입구에 들어서니, 아무도 밟지않은 눈이 좁다란 길에 포근히 덮여있어 겨울 운치를 돋우어 준다. 볕바른 곳엔 이미 눈이 녹아, 마른 풀들이 보송보송하게 햇살을 끌어 안고 있다. 내가 당.. 오두막 편지 2009.01.14
도서관에서 우리는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신 후에 꽃단장을 한다. 나보다 아홉살이나 많은 언니가 훨씬 예쁘다. 피부도 곱고, 화장도 잘 먹고, 몸태도 예쁘다. "얘, 나 코티분 바른거 뜨지 않았니?" 언니가 나에게 묻는다. 하하하 세수를 한 다음에 메이크업이 하기 싫은 나는 그냥 억지춘향으로 비루먹은 춘향이가 된.. 오두막 편지 2009.01.10
冬至 난데없이 北國의 이 밤을 떠 올린다. 속절없이 그곳에 가고 싶다. 미망迷妄처럼 달려오는 밤그림자들이 와락 외로워지려 한다. 동지 즈음엔 자꾸만 도지는 배냇병 낭창낭창 술기운에 적시어 雪花되어 내리고 싶다. 너무 길어서 짧아지는 밤 칠흑에 갇힌 遠望은 숨죽여 어둠 아래로 숨는.. 오두막 편지 2008.12.21
기형도를 읽다. 도시의 눈 -겨울 版畵 2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 오두막 편지 2008.12.18
루비의 뼈다귀 곰국을 끓였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보드랍게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고소함이 느껴진다. 뼈다귀를 건져냈다. 쓰레기통에 버리다가, 애기손바닥만한 걸 하나 남겼다. 루비에게 줬다.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뼈를 물고 식탁 아래로 간다. 뼈다귀 주위에 붙어있는 미끈거리는 살점을 핥는다. 먹을 .. 오두막 편지 2008.12.14
詩集을 뒤적이며 독 거 안 도 현 나는 능선을 타고 앉은 저 구름의 독거獨居를 사랑하련다 염소떼처럼 풀 뜯는 시늉을 하는 것과 흰 수염을 길렀다는 것이 구름의 흠이긴 하지만, 잠시 전투기를 과자처럼 깨물어먹다가 뱉으며, 너무 딱딱하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썩 좋아하고 그가 저수지의 빈 술잔을 채워주는 데 인색.. 오두막 편지 2008.12.11
언덕에 서서 동짓달 끝머리, 과수원 언덕위엔 봄볕같은 살가운 햇살이 머물었다 아~~ ............!!! 날씨가 너무 고와도 서럽다. 노랗게 부서지는 따순 볕이 씨앗 떨구고 누워있는 풀섶에서 쉬고 마른 풀 위를 뒹구는 강아지 엉덩이에도 맴돈다. 동짓달 끝머리인데도 아물아물 어쩜 이리도 고운 바람이 이는 걸까. 떠.. 오두막 편지 2008.12.10
요렇게 간택해서... 빽빽하게 줄지어 늘어선 책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서가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두리번 거리고 있다. 이 도서관엔 꽤나 많은 장서를 갖추고 있다. 앗! 그 때 눈에 들어 오는 번역자의 이름. 이윤기!! 영화를 볼 때 번역자의 솜씨에 따라 그 영화의 맛과 품격이 달라지듯이 번역문학에서는 번역가에 따.. 오두막 편지 2008.11.30
괜히 해 본 소리 도서관 출입을 자주 했더니, 작가와 만날 기회도 주어지네요. 도서관 알림판에 소설가 신경숙의 문학이야기 시간이 마련돼 있다는 광고가 붙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신경숙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백여명이 넘는 글읽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신경숙 작가는.. 오두막 편지 2008.11.30
행복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인이 읊었지요. 천만에 만만에 콩떡입니다요. 사랑이란 그리운 것, 보고 싶어 몸살나는 것, 그리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것. 행복하다는 것.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노천 온천에서, 따스하게 몸 담그고 앉아서 펄펄 내리는 눈을 바라 보는 일' 둘째 사위가 말.. 오두막 편지 200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