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괜히 해 본 소리

eunbee~ 2008. 11. 30. 18:01

도서관 출입을 자주 했더니, 작가와 만날 기회도 주어지네요.

도서관 알림판에 소설가 신경숙의 문학이야기 시간이 마련돼 있다는 광고가 붙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신경숙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백여명이 넘는

글읽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신경숙 작가는 이 곳 지방의 소도시로 오는 길에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아름다워서 잠을 자고 싶었답니다.

그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이 온다네요.

마추픽추의 여행중에도 그 산꼭대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구석진 산그늘 어드메쯤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다네요.

참으로 소설가답습니다.ㅋㅋ

 

우리가 가끔 영상매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는 그 날도 천천히 차분히 그리고 담담하게 말을 하더군요.

그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맘 먹은건 어린 나이 때부터였답니다.

그런데, 15살 때 고향 정읍을 떠나 서울로 와서 야간학교를 다니는데

상업학교 였다네요.

숫자와는 사돈의 팔촌보다 더 멀고, 부기 주판 등등.. 숫자와 씨름하는건

정말 싫어서 학교 가기가 싫어졌고, 그래서 장기결석을 했다지 뭐예요.

며칠만 더 결석을 하면 제적을 당할 처지에 놓였을 때,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 오셨답니다.

"그래, 너는 집에서 뭘하며 지냈니?"

"책을 읽고 지냈어요."

"그러면 학교는 왜 안오는 건데?"

"숫자가 싫어요. 책만 읽고 싶어요."

"그렇구나. 그러면 학교에 와서 너는 책만 읽어도 좋아. 학교에 꼭 나오거라."

 

학교엘 나가기 시작하고, 야간고등학교 학생 신경숙은  책만 읽었다네요.

모든 선생님들의 묵인하에....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반성문은 적어 오라고 하셨답니다.

반성문을 열심히 써서 제출했답니다.

무엇인가를 '쓰기'를 무척 좋아했답니다.

반성문을 보시던 선생님께서 "너는 소설가가 되면 좋겠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소설가가 되겠다던 자기의 꿈이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를 갖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대학을 가고, 열심히 글을 써서 [소설가]가 된 후

그 선생님을 찾아 뵈었답니다.

"선생님, 제가 소설가가 되었어요. 선생님께서 소설가가 되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 대로요."

"오~ 그랬구나. 소설가가 되면 좋겠다는 말은 괜히 해 본 소린데..."

 

이렇게 사람은 그 누군가에게 햇빛이 될 수 있습니다.

괜히 해본 소리로도, 꿈을 영글게 할 수 있는것이 바로 선생님의 위대한?힘이군요.

 

소설가 신경숙은 자기의 문학이

'어머니의 마음'같이 모든것에 깃들고, 모든것을 감싸고, 모든것을 보듬는

그러한 문학의 자리에 머물기를 소원한다고 했습니다.

그에게도 또한 그의 문학에도 역시 어머니는 영원한 구원久遠의 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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