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도서관에서

eunbee~ 2009. 1. 10. 19:46

 

 

우리는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신 후에

꽃단장을 한다.

나보다  아홉살이나 많은 언니가 훨씬 예쁘다.

피부도 곱고, 화장도 잘 먹고, 몸태도 예쁘다.

"얘, 나 코티분 바른거 뜨지 않았니?" 언니가 나에게 묻는다. 하하하

 

세수를 한 다음에 메이크업이 하기 싫은 나는 그냥 억지춘향으로 비루먹은 춘향이가 된다.

 

자매가 아파트 현관문을 나선다.

언니도 빨간 목도리

동생도 빨간 목도리

언니는 두껍고 분위기있는 멋진 목도리

동생은 젊은 감각의 집시풍 너덜너덜 목도리.

 

한참을 함께 가다가, 둘이는 각자의 길로 갈라 선다.

언니는 경로당으로, 동생은 도서관으로...

 

도서관에 들어선다.

3층 열람실 항상 같은 자리, 창가에 앉는다.

워매~ 그런데 오늘은 내 지정석? 옆자리에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엎드려서 자고 있다.

며칠 전에도 똑 같은 자리에 똑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그렇게 엎드려 계시더니, 오늘도 또 다.

에잉~~ 싫어.

 

나는 내 지정석을 남겨둔채, 다른 자리에 앉는다.

나 늙은 것도 싫은데, 옆자리에 머리카락 흰 노신사가 엎드려 자고 있는 그 옆에서

책 읽을 맘 없다. 에잉~ 싫다.

참 얄궂은 맘이다.

저 늙는건 접어 두고, 왜 남 늙은건 탓할까?

늙은 이가 늙은이 옆자리에 앉고 싶지 않은 건, 정말 뭔 심사일까?

더구나, 책을 읽으러 왔으면 바르게 앉아서 책을 읽을 일이지

왜 책상에 엎드려 잠 자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일까.

같이 늙어 가는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자존심 구겨지는 일이다.

 

나이 들 수록 멋진 모습, 당당한 모습, 팽팽한 모습, 거만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난 그 노신사의 그러한 모습을 두번 째 보게된 오늘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해 왔다.

그러나 맘 속에서는  측은지심과 이해심이 피어 오른다.

며느리나 기타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낮잠을 편히 잘 수 없는 저 노신사는

차라리 이 도서관 창가 책상이 편안할 거라구....

 

에혀~~ 사는 게 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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