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거
안 도 현
나는 능선을 타고 앉은 저 구름의 독거獨居를 사랑하련다
염소떼처럼 풀 뜯는 시늉을 하는 것과 흰 수염을 길렀다는 것이 구름의 흠이긴 하지만,
잠시 전투기를 과자처럼 깨물어먹다가 뱉으며, 너무 딱딱하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썩 좋아하고
그가 저수지의 빈 술잔을 채워주는 데 인색하지 않은 것도 좋아한다, 떠나고 싶을 때 능선의 옆구리를 발로
툭 차버리고 떠나는 것도 좋아한다
이 세상의 방명록에 이름 석 자 적는 것을 한사코 싫어하는,
무엇보다 위로 치솟지 아니하며 옆으로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대통령도 수도승도 아니어서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저 구름,
보아라, 백로 한 마리가 천천히 허공이 될 때까지 허공이 더 천천히 저녁 어스름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바라보기만 하는
저 구름은, 바라보는 일이 직업이다
혼자 울어보지도 못하고 혼자 밤을 새보지도 못하고 혼자 죽어보지도 못한 나는 그래서 끝끝내,
저 구름의 독거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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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님의 시집을 뒤적이며 어젯밤을 밝혔다.
밤 하늘의 별을 헤지 않아도, 나는 안방에 눌러 앉아 별을 헨다.
시인들의 언어는 별이다.
위의 詩에서 발견한 것이 참 재밌다. 마침표가 없다는....
詩人은 잠시의 마침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호흡 조절하여, 긴 한 호흡으로 말하고 싶은건가?
'[혼자 울어보지도 못하고 혼자 밤을 새보지도 못하고 혼자 죽어보지도 못한]내가
구름의 독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음'에, 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詩속의 話者가 혼자 울어보고 혼자 밤을 새보고 혼자 죽으리라 맘 먹으며 살아 온 사람이라면
얼마나 더욱 된 간을 친 언어들로 비벼낸 작품을 쏟아냈을까?
경험은 진실로 이끄는 첩경이며, 진실은 가장 아름다운 詩語일테니까....
그러나,
동경은 경험보다 훨씬 더 절실함일 수 있기에, 미지의 강을 가로질러 피안에 도달할 수 도 있으리라.
오늘 밤도 시인의 별밭에서
새로운 광채를 뽑아내며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겠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