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눈 그리고 강아지들...

eunbee~ 2009. 1. 14. 23:00

오랜만에 과수원 오두막엘 갔다.

간밤에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과수원 언덕이

은빛으로 아름다웠다.

과수원 입구에 들어서니, 아무도 밟지않은 눈이

좁다란 길에 포근히 덮여있어 겨울 운치를 돋우어 준다.

볕바른 곳엔 이미 눈이 녹아,

마른 풀들이 보송보송하게 햇살을 끌어 안고 있다.

 

내가 당도한 기척을 알아차리고

줄달음쳐 달려오는 강아지들.

삼돌이가 맨 처음 과수원 입구에서 부터 나를 반긴다.

이어서 어디선가 언년이가 달려오고

까망이도 꼬리치며 반긴다. 까망이의 애기 콩이도 팔짝팔짝 뛰며 내 발등을 핥는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콩이.

콩이를 보니, 늦가을에 없어진 사랑이가 생각난다.

그런데 가을이가 아직 나타나질 않는다.

늙어서 구렁이 심보가 되어, 내가 부를 때까지 꼼짝않고 마루밑에서 늑장을 부리나보다.

"가을아~"

그 소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겅중겅중 뛰어와서 마구 뛰어 오르더니

벌러덩 눕는다. 쓰다듬어 달라는 몸짓이다.

 

이렇게 나를 반기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오나 가나 개들과 매우 친한 나.

강아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하하하

 

 

빌려온 사진. 이런 설경속을 걷고 싶다.

 

 

오두막 마당을 한바퀴 휘 돌아 보았다.

매서운 바람이 휭휭 달음박질을 치고

강아지들이 먹다 남긴 물은 꽁꽁 얼어서 언땅위의 망부석들이 되어

겨울을 지키고 있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들은 칼바람에도 의연하게 서 있다.

마당에 굴을 파던 들쥐인지 다람쥐들인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눈 내린 과수원 오두막엔 까치도 청설모도 오지 않았다.

변함없이 즐겁게 뛰어 놀고 있는 강아지들만 하얀 겨울 풍경 속에서 행복하다.

소복소복 쌓인 눈위에 강아지 꼬리가 그려 놓은 구불구불한 선들이 재미있다.

 

다시 과수원을 나선다.

까망이는 자꾸만 따라온다.

다른 강아지들은 여기저기 해바른 마른풀 위에 앉아

자기들을 두고 돌아가는 나를 조용히 바라본다.

쇼윈도우에 놓여진 소품들처럼 미동도 않고 나를 바라본다.

내가 금방 자기들에게 올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래서 지금부터 기다리는 것일게다.

나를 보내는 그 모습들은 벌써부터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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