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344

바쁜 하루

파리에 있는 큰따님이 오늘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사무실에 당도하니 새벽이 아직 머물고 있는 시각. 6시 30분에 이어폰 꽂고 창밖을 보며, 서울과 전화회의?를 하는 보스?-법인장-를 내팽개치고 신나는 음악을 귀청이 떨어져라 듣고 있다고 메일에 썼다. 화상회의를 하는가 했더니, 전화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있나보다. 큰따님이 하는 말 '그런데 내가 새삼스레 놀란건데, 이렇게 이른 시각에도 파리 지하철에 사람이 아주 많다는 것!' 서울 사람이나 파리 사람이나, 먹고 살기엔 그처럼 힘든건 마찬가지. 모두들 새벽 별 보기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나는 오늘 이 작은 도시중에서도 동쪽에 한갓지게 모여사는 쾌적한 아파트가 속한 동사무소를 찾느라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찾았다. 주소 이전인지 전..

오두막 편지 2008.11.04

오두막 食口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제법 세찬 바람이 휙휙 나뭇잎을 쓸고 지나갑니다. 가을 나뭇잎은 빛깔을 바꾸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네요. 며칠 전만해도 푸른기가 더 많던 오두막 잎새들이 이제는 완전히 누렇거나 붉습니다. 갈잎들은 바람에 우수수수~~ 소리내며 떨어집니다. 자두나무, 살구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매실나무들의 가을잎은 그리 예쁘다고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산뜻한 단풍잎이나 잡목들의 노랗게 예쁜 가을잎에 마음을 빼앗기던 나는 은비오두막의 가을잎에 다소 실망하고 있답니다. 눈치없는 감나무잎은 수선스럽게 버석이기만 하고 가을의 정취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군요. 버스럭대는 감나무 밑에 수북히 쌓인 못생긴 낙엽 위에 까치 여남은 마리가 먹이를 찾아 날아 들었습니다. 강아지 밥그릇에 먹이를 주었..

오두막 편지 2008.11.03

오두막 풍경

바람이 제법 싸늘합니다. 오두막 낮은 추녀끝과 맞닿은 오래된 살구나무도 잎을 떨구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빛깔 나무 줄기는 세월의 무게만큼 점잖게 굵고 이리저리 휘어진 나뭇가지들은 멋스런 동양화 속의 곡선입니다. 아침엔 꽁지깃이 길다란 까치 두마리가 날아와 앉아, 정답게 우짖다가 떠나갔습니다. 자꾸만 세월의 켜는 쌓여가는데 시절모르는 센티멘탈은 가슴을 두드립니다. 낙엽을 쓸어 모아 불을 지폈습니다. 뽀얀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이효석님의 '낙엽을 태우며'를 떠 올려 보는 순간입니다. 잘 익은 커피냄새... 잘 익은 개암냄새... 단발머리 소녀시절 국어책 속에서 만난 그 냄새가 오늘, 내 오두막 마당에는 찾아 오지 않네요. 낙엽이 오염된 걸까요. 내 감상이 때가 끼인 걸까요. 가을이 더 깊어지면, 나는 또다..

오두막 편지 2008.11.02

시월의 마지막밤을...

그제, 이곳 은비오두막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45년 7개월만에 고향땅에 내 짐을 부려 놓게 되었습니다. 한시적인 머무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회가 남다릅니다. 어제 밤엔 언니랑 오두막의 첫밤을 보냈습니다. 늙어버린 두 자매가 흙벽 작은 방을 따끈하게 뎁혀 두고 술잔 기우리고, 먼먼 옛얘기 나누며, 정답고 애잔한 밤을 보냈습니다. 반쯤은 지새우고, 반쯤은 뒤숭숭한 꿈으로 채웠습니다. 10년 전에 세상 하직하신 엄마의 뽀얗고 포근한 스웨터를 입어 보던 언니는 '어머나~ 이 옷이 이젠 내게 딱 어울리네.' 하더라구요. 울엄마가 여든살때 입던 옷을 내가 간직하고 있답니다. 예쁜 앙고라 흰 스웨터와 공주님 옷처럼 생긴 아른아른~ 하늘하늘~ 어깨에 모란꽃처럼 피워 올린 셔링shirring이 아름다운 브라우스 하나..

오두막 편지 2008.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