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허튼소리 운무에 가린 새벽 산. 10월 2일 새벽 하루가 열리는 시각 창문을 여니 먼산이 어둠에 잠겨있다. 얼마쯤지나 산허리에 감긴 안개가 내게 인사를 건내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는 안도했다. 그래, 늘 안개장막을 드리워 놓거라. '현혹은 정신적인 감염의 딴 이름이다.' '진정으로 괴로운 사람에.. 내마음의 편린들 2013.10.03
추분秋分 Danse du Vent 秋分 거창했던 여름에게서 무작정 겸손해진 가을에게로 들어서니 애처롭게 풀기빠진 햇살이, 낮은 땅에 누워 깊은 곳에 숨겨둔 서늘한 정념의 칼날 벼리는 청상靑孀의 비탄처럼 앙칼지고 가녀리다 뒤척이다 터지는 육신들의 생살점 붉은 즙으로 녹여 흘리고 속으로 속으로 오.. 내마음의 편린들 2013.09.25
이런저런 이야기 # 1 소금후추머리를 어찌해 볼 생각으로 미용실엘 갔다. 미용사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다듬어주고는, 부탁한 퍼머는 하지 말라고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손님에게는 그냥 이렇게 자연스런 모습이 잘 어울린단다. 참으로 양심적인 미용실 주인이다. 내가 바라던바다. 그러나 나는 .. 내마음의 편린들 2013.09.08
익명성의 행복 Happiness from anonymity 이윤기님의 '나비 넥타이'를 읽다가 건져올린 말이에요. 사람들은 낯익은 사람들 틈보다는 낯선 곳에서 더 자유롭고 편안해지나 봐요. 나야말로 그런 감정을 매우 짙게 느끼는 편이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예요. 내가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떠나와 스.. 내마음의 편린들 2013.08.19
새.. 풍장 치르다 찜통 속 메트로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 그날 Sceaux의 한낮 기온은 35도 페이브먼트 위 작은 새의 주검 새들의 무덤은 하늘이라는데 구름 속에 발을 묻고 허공을 안는다는데 춤사위를 멎은 가녀린 새 가만히 들어올려 전봇대 틈사이 아이비 줄기 덮어 풍장을 지낸다 사느라 수고했구나 잘.. 내마음의 편린들 2013.07.27
이별 지난 봄 어느날, 쏘공원에서 16 년 넘게 함께 한 내 첫번째 승용차 [키트]를 폐차장으로 보내야 하던 날 밤새 울며 弔車文(?)을 썼드랬지 오늘 아들에게서 온 전화, 두번째로 맞이한 우리들의 [동생 키트]를 보내야 한다는 슬픈 전갈. 고장이 잦아 폐차시키렸더니 누군가가 자기에게 양도하.. 내마음의 편린들 2013.07.17
일몰 후 일몰 후 높은 나뭇가지에 쬐는 일광은 붉습니다. 나무는 제 큰 키로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좀 더 오래 내게 선물합니다. 그것이 고마워 자꾸만 나무꼭대기를 바라봤답니다. 요즘 황혼녘엔 늘 그래요. 저녁 햇살이 너무도 곱거든요. 해거름 나무 아래 앉아 황혼 속을 나는 까마귀떼를 본다 .. 내마음의 편린들 2013.07.14
햇빛놀이 은비네 학교 옆, 쏘공원의 정문 앞 길이에요. 가로수 아래로, 산책길, 자전거길, 찻길 모두모두 있어요. 이제까지 저 나무들이 마로니에인줄 알았더니, 이날 자세히 보니 마로니에가 아니었어요. 이름? 당연히 모르죠.ㅎㅎ 구름이, 하늘이, 햇빛이, 꽃들이 미칠 것 같게 만드는 오월. 그 날.. 내마음의 편린들 2013.05.14
얘야~ 헷갈리느니라. 자칭 소위 통합종교인이라고 말하는 나는 성당에 가면 성당식으로 기도하고, 절에 가면 불교식으로 기도하고 하물며 이슬람사원에 가서도 엉덩이 하늘로 치켜들고 절을 한 적도 있다. 이스탄불에 가서 그렇게 절하다가(체험으로 한 번 해 본 것) 우리 큰따님이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기에.. 내마음의 편린들 2013.04.23
오늘 아침에 사진 - 그저께 안토니의 '메종 데자르' 뮤지엄 정원에서, 풀꽃을 따고 있는 어여쁜 아기를 만났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은비가 학교갈 준비를 한다. 나는 누운채 폰을 열어 단편을 읽는다. 하루끼의, 여울물처럼 술술 읽혀내려가는 딱 내수준의 단편이다. 침상에 누워 잠들기.. 내마음의 편린들 201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