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추분秋分

eunbee~ 2013. 9. 25. 20:06

 

Danse du Vent

 

 

 

秋分

 

거창했던 여름에게서 무작정 겸손해진 가을에게로 들어서니

애처롭게 풀기빠진 햇살이, 낮은 땅에 누워

깊은 곳에 숨겨둔 서늘한 정념의 칼날 벼리는

청상靑孀의 비탄처럼 앙칼지고 가녀리다

 

뒤척이다 터지는 육신들의 생살점

붉은 즙으로 녹여 흘리고

속으로 속으로 오므라들며 단내 피우던 妄念

초록사마귀의 가차없는 이빨에 베어물렸구나

 

結實과 凋落을 함께 안고 오는 예절겨운 순정,

시간의 능선 위에 서서 만나는 초읽기의 일단락一段落

뉘일 곳 없는 덜익힌 내사랑조차 감싸안고

반쯤 눈감은 陽光의 턱밑으로 기어드누나, 가을

 

다홍빛 술 한사발 권커니 자커니

영혼도 육신도 취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사랑을 꺼내들지 말라

心測하기 어려운 휘황한 언어들의 춤사위에 장단맞추던 여름뜰의 혼령

아, 바람의 춤으로 떠돌기가 시작된, 문지방 넘기

 

 

(추분날, 일기처럼 쓴 것이어요. 이틀 늦은 포스팅되겠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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