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새.. 풍장 치르다

eunbee~ 2013. 7. 27. 23:55





찜통 속 메트로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

그날 Sceaux의 한낮 기온은 35도

페이브먼트 위 작은 새의 주검





새들의 무덤은 하늘이라는데

구름 속에 발을 묻고

허공을 안는다는데


춤사위를 멎은 가녀린 새

가만히 들어올려 전봇대 틈사이 

아이비 줄기 덮어 풍장을 지낸다

 

사느라 수고했구나

잘 가거라, 작은 새여

炎天客死외로운 새여


나 죽어 누군가도 이처럼

풍장 지내주려나

쓸쓸한 아름다움이 살점 저미는 그곳

바람이 저절로 섞이는 그곳에서





새도, 나도

우리들 모두

언젠간 죽는다


내 하루가 

매일매일 풍장 당해 사라지는 것일진대





2013. 7. 22  14 : 47

필맹거리 19번지 전봇대 

새, 풍장 치르다


( 오늘 오후 1시 30분경에도 새의 무덤에 가봤다

언젠가는 바람 속에 흩어지겠지

혼자 누워있는 작은새 )


.

.

.




Marie Bashkirtseff (1860-1884)

파리지엔느, 아카데미 쥴리앙의 모델 이르마의 초상화 1882



쁘띠 팔레 미술관에서 

나란히 걸린 두 그림이 주는 우울한 기분 때문에 담아온 사진.




Fernand Pelez (1848-1923)

Un martyr- 바이올렛을 파는 상인 1885


순교자Un martyr라는 제목이 앞에 붙여진 바이올렛을 파는 소년

그의 고단한 삶이 애처럽구나.

그림의 프레임마져 차이가 나니... 더욱 가엾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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