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이런저런 이야기

eunbee~ 2013. 9. 8. 21:32

 

# 1

소금후추머리를 어찌해 볼 생각으로 미용실엘 갔다.

미용사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다듬어주고는, 부탁한 퍼머는 하지 말라고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손님에게는 그냥 이렇게 자연스런 모습이 잘 어울린단다.

참으로 양심적인 미용실 주인이다. 내가 바라던바다.

그러나 나는 염색은 안할 것이지만 머리카락에 힘이 너무 없으니 '살짝퍼머'는 해달라 했다.

퍼머를 마치고, 요금을 지불할 때 그 미용실 원장(자신을, 독신을 고집하는 여인이라 했다)은

내 코앞에다 대고, " 이곳에 들어오실 때는 분위기있는 '글 쓰는 사람'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손님 특유의 그 분위기가 사라졌어요."란다. 에구머니나~~

그러나 내 분위기라는 것이 보다 정직하게 된 것이 아닐까? 나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ㅎㅎㅎ

 

 

우리 겨울이는 이제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ㅠㅠㅠㅠㅠ

 

# 2

문화센터에 등록한 노래교실에서 한시간 동안 노랠 불렀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실망이다.

그러나 마인드컨트럴 들어갔다. 즐겁자. 재밌자. 신나자. 괜찮다...그렇게.

강사님 노래가 좋다. 친구따라 가곡반에 등록할 걸 그랬나? 살짜기 후회가 된다.

 

 

# 3

용을 쓴다. 내게 걸쳐져있는 오늘들의 '내 적막'을 잊기 위해서.

라인댄스반에서 신나게 춤 췄다. 히야~ 이거이 바로 내가 바라던, 이곳이 바로 내가 있을,

이짓이 바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바로 그것이로구나.

나보다 몇개월, 아니 몇년 쯤도 앞선 그반 선배들을 첫날 몽땅 쓰러트렸다. 모두들 내게 시선 집중.

수업 마치고는 모두들 내게만 질문공세. 강사님은 이클래스 보다 한 급 위인 반에서 공짜(이거이 중요하다.ㅎㅎ)로

수업 참여하란다. 하하하하핫

 

# 4

이젤을 앞에 두고 뎃생을 한다. 교수님 출신의 강사님, 기존 회원이신 교수님 출신의 클래스메이트,

현직 교사인 옆 자리 여선생님, 모두 한 번씩 내 화판 앞에 오셔서 지도!!를 하고 가신다.

그래서 나는 그날 세 번이나 그림 바뀌었다. 그분들이 원하는(?)대로, 지도하는 대로 따라하다보니

말들이 바뀌어서 내 그림이 세가지가 되었다. ㅎㅎㅎㅎㅎ 그러한 관심이 나는 고맙고 흐믓했다.

사공이 많아서 내 배가 산으로 오르던 날이다.

이제 나도 연필을 손가락에 세우고, 한 눈을 지그시 감고 비율 재가며 폼잡고 그린다. 하하핫

나는 그런 폼이 하고 싶었었었었더랬다.ㅋ

 

파리 떠나오기 전 날, 조카랑 갔던 세익스피어 앤 컴파니에서

 

# 5

[맨발의 이사도라]를 봤다. EBS에서 매주 일요일 낮시간에 방영하는 명화.

화면은 이사도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웠지만

베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춤은 20%쯤 부족한 것이라서, 기대보다 훨씬 못한 영화가 되었다.내겐.

이사도라 던컨의 춤을 못본 내가, 실재의 그녀의 춤과는 빗나가게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빨간색'부가티'를 탄 청년에게 한 눈에 반하더니,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 만난 '부가티'와 만나게된 첫 날

빨간색 부가티에 앉아 스카프 날리며 기분내다가 스카프가 바퀴에 걸려 죽게 되는 마지막 장면.

참으로 허망스럽게 끝나는 영화. 그렇게 연출할 수 밖에 없었을까.

가슴 두근거리며 친구에게 문자날려, 보라고 권했는데, 못보게 된 상황이 다행이었다.

그래도 내겐 화면 가득 펼쳐지는 풍경 아름다운 영화였다.

그 영화가 끝나고, 채널을 돌려 건져올린 대박!!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두번째 보는 영화지만

오늘 감상이 훨씬 좋았다. 아, 블랑쉬~ 가여운 여인.

 

 

# 6

이건 어제 아들 며느님과 함께 했던 저녁만찬에서 남겨진 훈제 오리를 [맨발의 이사도라]를 보기전에

먹은 오늘의 내 점심메뉴. 집중해서 영화 잘 보려고...ㅎㅎㅎㅎ

나는 이것을 먹을 때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때아닌 문자 때문에.. 그리고 이사도라 던컨의

영화를 본다는 기대에서 오는 가벼운 흥분으로.

 

말라 들어가는 시간들을 스스로 물고를 트고, 이렇게 저렇게 탈출구를 뚫어 볼 일이다.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보이는 건 모두 돌아 앉았네,처럼... 허망스럽다.

세월이 가져다 주는 병이런가.

세상에 대한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 일까. 푸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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