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16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 가야 되겠지요? 벌써 이사하셨다구요? 8월 어느날 이사하실 거라구요? 에잉~~ 번거롭고 귀찮고 뭔가가 실망 섞인 부아가 올라오고.. ㅋㅋ 내 젊은 시절엔 진짜 이사(집 바꾸기, 도시 옮기기) 많이 했는데. 이젠 엉덩이 붙이고 컴앞에 앉아 손가락 열 개로 할 수 있는 초간단 이사마저 하기 싫으니... 어쩔거나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남따라 이사해야지? 억지로라도 기쁘게. ㅠ.ㅠ 그런데 말이지~ 아무리 옮겨 다녀도 좋은 건? 이책 저책 탐험하기. 게으름쟁이의 일락, 독서삼매에 들기. 염명순 시인께 빌려 읽은 것 ㅡ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ㅡ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ㅡ 리큐에게 물어라 / 야마모토 겐이치 ㅡ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파리는..

Sceaux에서 2022.07.09

헤어질 결심

2022년도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오늘 오후 2시 안토니 시네마에서 봤다. 주연 배우들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고, 함께 감상한 영화관을 찾은 프랑스인들의 반응과, 앤딩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 열중하는 모습이 더욱 좋았다. 나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을 빛낸 영화에게, 내나라 영화를 열중하여 감상해 주는 프랑스 관객에게, 그리고 함께 한 큰딸에게. 며칠전 비오는 날의 산책 때 개선문 부근 셩젤리제 거리의 영화관에도 이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 반갑더니...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개봉 했다는 소식은 들은바 있다. 오늘 Cinema Antony에서는 페스티벌 중이라며 관람티켓이 단돈 4유로, 오호호 신나~~ 대부분 10유로가 넘거든. 가는 날이 장날? ㅎ.ㅎ 앙토니엘..

Sceaux에서 2022.07.07

은비가 내일 집에 온다

내일, 21일 밤 11시 40분 은비가 한 달여의 할아버지댁 방문을 마치고, 긴 비행시간을 견딘 후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에 도착한다. 그간 여러 친척들과의 한국 여행, 나들이, 할아버지랑 아빠랑 경주, 부산 여행... 바삐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진 전송에 성의를 다해 준 은비 덕분에 우리도 즐거운 사진 여행이 되었다. 은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느 소나기 내리던 날, 굵은 빗방울에 함께 튀어오르는 흙내음이 자기방 창문 넘어로 번져오니 "아, 이 냄새는 상남 할머니 집에 있을 때 맡던 냄새야~." 그 할머니께선 몇 해 전 고인이 되셨고, 영어교사로 평생을 교단에 서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춘천 어느 고등학교에서 정년 퇴직하시고, 선대께서 지키시던 상남 산 곁 으로 가셔서 여생을 즐기신다. 그러한 곳에 은비 할아..

Sceaux에서 2022.06.21

바람과 함께 춤을

서풍 불어 치맛자락 부풀었지 열두 폭 비단 치마 아, 이걸 어째 햇살은 뜨겁고 내 춤혼령도 그래 유월 초순 한낮 햇빛 강한 콘트라스트 치맛자락 휘감는 바람을 품고 오랑주리 라벤더 香 밴 그림자 춤 아, 이걸 어째 어질거리는 콘트라스트 내 춤혼령도 그래 💃🤾‍♀️🧚‍♀️ 장미화님의 노래에 실어 보냄^^ [ 어느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 누구든 나를 깨워주오 무명 바지 다려 입고 흰 모자 눌러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 있어 못 가고 못 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네 ㆍㆍㆍㆍㆍㆍㆍㆍ ] '서풍이 부는 날' **** 어제, 햇볕 뜨거웠던 오후 5시 56분 부터 6시 9분까지 바람과 함께 춤을. ㅎ ㅎ 춤 : 그림자...

Sceaux에서 2022.06.13

까마귀, 내가 좋아 하는 새가 이곳엔 많아

첫새벽 공기의 밀도가 높아 그러할까? 잠결에도 들리는 까마귀 노랫 소리. 역시 한밤중도 그래서 일까? 까마귀 우짖는 소리 들으며, 나도 잠자리에 깃든다. ㅎ Parc de Sceaux에는 까마귀가 주렁주렁 열린 커다란 고목이 있다. 유난스레 그 나무에만 까마귀가 많다. 황혼녘 그 풍경은 그저그만이다. 먼 옛날 아름다운 동화 한 편 읽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 파란 잔디 위를 천천히 거드름피우며 걷는 까마귀는 철학자 같아. 그 능청스레 멋진 모습이 난 참 좋아.^^ 연암 박지원은 까마귀를 보며, 한소식 깨달음을 주는 글을 남기셨다. [菱洋詩集序] 중 몇 단락을 여기에 옮겨 볼까 한다. *** (. ㆍㆍㆍㆍㆍㆍㆍㆍ)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이 없건만 홀연 유금빛*이 번지기도 하고..

Sceaux에서 2022.06.12

2022. 05. 28

75회 칸느 영화제 폐막. 큰애네서 다리펴고 등기대고 앉아 TV화면으로, 눈호사.^^ 어쩜 그리들 멋드러졌을까. 어느 영화가, 작품이, 배우가, 무슨 상을 받는가는 별로 중요치 않아. 수상 이력 보고 작품 골라보면 많은 경우 실망이 컸었어. 암튼 칸느는 아니지만, 분위기에는 쬐끔 젖을 수 있는 이 땅,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 기록해 둠. 내나라 배우 송강호 씨는 남우 주연상 수상. 내나라 영화감독 박찬욱 씨는 감독상 수상. 축하~~ 축하~~ 그런데 화면에 비친 고레에다 히로카즈 님이 난 젤루 좋아.*^^ 그분의 영화는 항상 나를 잔잔한 사랑과 순함으로 안내해. 암튼 오늘 저녁(29일) 파티로 칸느 영화제 중계는 마칠 것이고 이제 난 롤랑가로스 테니스의 다음 주말을 기다리는 즐거움에 홍홍..

Sceaux에서 2022.05.29

2022. 05. 20

은비 어제 아침 한국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앉았다. 오랜만의 한국행. 항공료 저렴한 눔으로 골라~ 골라~^^ 은비의 루프트한자는 나의 대한항공보다 무려 1/4 값. 거의 매일 저녁 9시 반이 되면 모녀 3代가 오손도손 즐기는 아파트 정원 산책, 어제는 두 모녀만 나가서, 늘 쓰담쓰담 하는 고양이도 만나고, 멀리 에펠탑의 보석같은 샤인스타를 둘이서 바라보았다. 은비의 여행 일정을 이야기하며. 오늘 은비가 없으니 우린 좀 쓸쓸한 기분에... 설상가상 비도 내리는... 가라앉은 분위기가... 은비, 30여 일의 한국 나들이가 즐겁기를! *** 사진, 좀전에 찍은 부엌에서... 은비방에서... 오랜만에 비 내린다. 가만가만, 부슬부슬~

Sceaux에서 2022.05.20

달무리진 밤

열나흘 달이 한껏 둥글다. 짙푸른 밤, 달무리는 어찌나 고운지. 좀전 큰딸이랑 함께 본 한국 티비 드라마에서 듣게 된 대사를 생각나게 하는 오늘 밤 풍경. "저녁이 되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도 달이 창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곳에서 알게 됐어." "사람을 안다는건 참 신기한 것같아요. 그 사람만 오는 게 아니라 몇개의 우주를 달고 와요." 밤이 깊어 침대로 갈 시각 나는 거실 쇼파 위에서 담뇨를 덮고 눕는다. 이 밤, 저 황홀한 달을 오래도록 보고파서. 창밖 달을 보며 누워 있으니 어릴 적 마루에 누워 달을 보던 때가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달빛 아래 잠들 수 있는 이 집이 너무 좋구나. 2022. 05. 14. 23 : 48 쇼파에 누워, 달보며 기록해 둔다. *** 사진 ; 창에 ..

Sceaux에서 202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