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eunbee~ 2022. 7. 9. 17:26

이사 가야 되겠지요?
벌써 이사하셨다구요?
8월 어느날 이사하실 거라구요?
에잉~~ 번거롭고 귀찮고 뭔가가 실망 섞인
부아가 올라오고.. ㅋㅋ
내 젊은 시절엔 진짜 이사(집 바꾸기, 도시 옮기기)
많이 했는데.
이젠 엉덩이 붙이고 컴앞에 앉아 손가락 열 개로 할 수 있는
초간단 이사마저 하기 싫으니... 어쩔거나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남따라 이사해야지?
억지로라도 기쁘게. ㅠ.ㅠ

그런데 말이지~
아무리 옮겨 다녀도 좋은 건? 이책 저책 탐험하기.
게으름쟁이의 일락, 독서삼매에 들기.

염명순 시인께 빌려 읽은 것
ㅡ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ㅡ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ㅡ 리큐에게 물어라 / 야마모토 겐이치
ㅡ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파리는 언제나 축제]
메리 매콜리프의 '예술가들의 파리' 3부작 중 맨끝 권.
[벨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2011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2014
[파리는 언제나 축제] 2016
앞의 두 권은 큰딸이 쥐고서 놓지를 않아서 난 끝권부터.
자기 친구에게 부탁해서 배송받은지가 언제인데
여적도 저러고 있는지.
엊그제에야 "엄마, 나 이거 다 읽었어"라며 첫권을...ㅎㅎ
엄마의 기차는 이미 떠났건만.

시인 염명순 님이 나를 위해 당신의 서가에서 뽑아다 주는
책은 딱 내*입*맛 ^^
[금각사]와 [리큐에게... ]는 그 미문과 잔잔함이 어찌나
좋은지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 미련 ^^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서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나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P 72
를 읽는 순간 나는 무릎을 쳤지요.
글읽는 재미를 안다는 건 얼마나,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면서.
길다란 이름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의
이 노인은 늘그막에 연애소설 읽는 것이 최고의 낙이지만
난 종횡무진 책친구를 반기고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노인이 그리도 사랑하던 아내 이름은 그보다 더 길~다.ㅎ)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 - 세어 봤다우. ㅋ 29자.

노인이 책을 볼 수 있는 곳, 엘 도라도, 엘 이딜리오.
책의 마지막 문장,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노인의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닌' 축복!!
동감! 공감!


*****

사진 ;
은비가 아침에 단톡에 올린,
어제 친구생일 축하 은비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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