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까마귀, 내가 좋아 하는 새가 이곳엔 많아

eunbee~ 2022. 6. 12. 22:30

첫새벽 공기의 밀도가 높아 그러할까?
잠결에도 들리는 까마귀 노랫 소리.
역시 한밤중도 그래서 일까?
까마귀 우짖는 소리 들으며,
나도 잠자리에 깃든다. ㅎ

Parc de Sceaux에는 까마귀가 주렁주렁 열린
커다란 고목이 있다. 유난스레 그 나무에만 까마귀가 많다.
황혼녘 그 풍경은 그저그만이다. 먼 옛날 아름다운 동화
한 편 읽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
파란 잔디 위를 천천히 거드름피우며 걷는 까마귀는
철학자 같아. 그 능청스레 멋진 모습이 난 참 좋아.^^

연암 박지원은 까마귀를 보며, 한소식 깨달음을 주는
글을 남기셨다. [菱洋詩集序] 중 몇 단락을 여기에
옮겨 볼까 한다.

***

(. ㆍㆍㆍㆍㆍㆍㆍㆍ)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이 없건만
홀연 유금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석록빛**을 반짝
이기도 하며, 해가 비추면 자줏빛이 튀어 올라 눈이
어른거리다가 비췻빛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새를
'푸른 까마귀'라 불러도 될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불러도
될 것이다. 그 새에게는 본래 일정한 빛깔이 없거늘, 내가
눈으로써 먼저 그 빛깔을 정한 것이다. 어찌 단지 눈으로만
정했으리오. 보지 않고서 먼저 그 마음을 정한 것이다.
아, 까마귀를 검은색으로 고정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늘,
또다시 까마귀로써 천하의 모든 색을 고정지으려 하는구나.
까마귀가 과연 검기는 하지만, 누가 다시 이른바 푸른빛과
붉은빛이 그 검은빛깔[色]안에 들어 있는 빛[光]인 줄
알겠는가.

(. ㆍㆍㆍㆍㆍㆍㆍㆍ)


[ 능양시집서 菱洋詩集 序 ]
박지원 지음
신호열ㆍ김명호 역주 中에서


*乳金빛ㅡ 황금같은 기름이 감도는 빛깔
**石綠빛ㅡ 이끼낀 바위와 같은 빛깔


*****


유월 중순, 해살 반짝이는 오후
작은딸이 옆동네 친구네로 깻닢 따러 간 새
심심풀이 포스팅.
지금은 6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

옮겨 둔 그림
까마귀는
artfinder . com 에서.

예쁜 벌레는
내게 날아 든,
빛깔 바뀌는 이름 모를...
그냥 이쁜 쪼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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