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헤어질 결심

eunbee~ 2022. 7. 7. 03:51

2022년도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오늘 오후 2시
안토니 시네마에서 봤다. 주연 배우들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고, 함께 감상한 영화관을 찾은 프랑스인들의
반응과, 앤딩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 열중하는 모습이
더욱 좋았다.

나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을 빛낸 영화에게,
내나라 영화를 열중하여 감상해 주는 프랑스 관객에게,
그리고 함께 한 큰딸에게.

며칠전 비오는 날의 산책 때 개선문 부근 셩젤리제 거리의
영화관에도 이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 반갑더니...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개봉 했다는 소식은 들은바 있다.
오늘 Cinema Antony에서는 페스티벌 중이라며
관람티켓이 단돈 4유로, 오호호 신나~~
대부분 10유로가 넘거든. 가는 날이 장날? ㅎ.ㅎ

앙토니엘 간김에 내가 좋아하던 작은 성당이 있는 거리에도
가봤다. 아, 옛생각... 십수 년전의 기억들, 정들었던 거리들.
더 깔끔하고 단정해진 거리 풍경들이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든것은 헤어질 결심들을 하며 세월에
밀리고 섞이며 살고 있구나.

어제는 만나본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을 '내 나무'
를 찾아갔었지. 아, 오랜만에 앉아 본 내 나무의 발등.
많이 기우러진 모습에선 세월의 틈이 너무 넓었구나하는
쓸쓸한 생각마저... 내 앉기 안성맞춤인 움푹패인 발등만
여전히 나를 편안케 맞아 주었다. 내나무에 기대앉아
Parc de Sceaux와의 긴긴 인연을 헤아리며, 20여 년이
어찌도 그리 빠르게, 한결같이 아름답게, 변치않은 그리움으로, 식지않는 사랑으로 새겨지고 이어지는 걸까...를 곰곰
생각했지. 얼마나 기막힌 사랑인가.. 하면서.

엊그제의 다음 공지 사항 때문에 사뭇 마음이 울적해서
더욱 그러할지도...
거의 15년 가까이 돼가는 시간 동안 함께한 다음블로그가
이전을 하든 중단을 하든...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니! ㅠㅠ
몹시 친한 친구를, 매우 편한 하소연 상대를, 행복한 놀이터를,
잃게 된 기분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한 번에 몽땅 도둑맞는 허탈감에 잠겼다. 이 아쉽고 허전한 마음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나는 '헤어질 결심'
그 아무것과도 돼 있지 않은데 말이다.
티스토리? 걔는 또 무언지, 정을 줘도 되는지
에휴~~ 모르겠다.
누구랑 상의하고 뉘께 물어볼까나?

가리사니 님은 어딜 가셨고
또... 모든 분들 어찌들 하실겐가.
'헤어질 결심' 난 못할것 같아.

이런 내 맘 읽는 큰딸이 날 바라보는 표정..
참 고맙다. "티스토리에서 계속 해, 엄마~~"


엉토니 작은 성당,
내가 가끔 파이프오르겐 소리 듣던
정든 곳.
오늘은 그냥 성호긋고 무릎꿇고 기도 드렸다.
쓸쓸해서...

***

사진은
어제, 쏘
오늘, 엉토니




'Sceaux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빛이 곱다  (0) 2022.07.13
그럼에도 불구하고  (0) 2022.07.09
은비가 내일 집에 온다  (0) 2022.06.21
2022. 06. 12  (0) 2022.06.13
바람과 함께 춤을  (0)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