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161

2022. 05. 09

어제 (5월 8일) 승전 기념일 홍 푸앙에 나부끼는 깃발, 승전 기념일에 게양된 국기는 프랑스, 영국, 독일 기. 작은딸에게 왜냐고 물었더니, "쏘 시청에 있는 깃발이 저것밖에 없는겨~ "ㅋㅋ 오후 2시에 (5월 9일) 큰딸이랑 Parc de Sceaux 푸른 공간 복판에 자리 잡고 누워 책 읽고, 샌드위치랑 과일 먹고, 하늘 보고, 바람 보고, 깔끔하게 깎은 잔디는 줄무늬 카펫이 되어주고... 어릴 적 먹던 사브레 라는 비스켓을 사온 큰딸 하는 말, "엄마, 우리 어릴 때 먹은 사브레 포장지의 에펠탑 그림 생각 나? 그 과자포장지에서 보던 에펠탑을 20여 년 후 파리에서 보게 된 감회가 아직도 생생해. 난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끔 그 이야기를 해. " 오만얘기를 하고 깔깔대고... 시들어 익기 ..

Sceaux에서 2022.05.11

즐거운 일, 책 읽기

'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 집중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져서, 더 이상 혼란스러울 게 없다. 요즘은 작업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니, 더욱 더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겠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중 *** 몇 해 전엔가 읽은 책을 또다시 손에 잡았다. 빈센트와 테오가 나란히 누워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아이비 초록 넝쿨 뒤덮인 묘지의 적막 속 그들의 사랑을, 다시 가서 위로하고 오겠다는 마음이 인다. 스스로의 의지나 욕망으로 ..

Sceaux에서 2022.05.09

나의 마들렌 숲

마르셀의 마들렌처럼 내겐 천궁이란 다른 이름의 나의 마들렌이 있다. 오늘 그 숲을 찾아 오후 한나절을 보냈다. 황지우의 시집을 안고 가서 시인의 언어들과 노닐기도 하며 나의 마들렌이 가져다 주는 예쁘고 그리운 날들의 회상에 젖어, 한나절이 짧았다. 저 수풀 속 어드메 쯤에서 내 옛날 흩어진 이야기 한자락 바람에 묻어 올 듯도 하여... 💃💃💃 아, 의식의 흐름이라니! 몽상이래도 좋고 몽환이라도 이쁜... 행복한... 나의 마들렌 수풀 속에서. *** 2022. 05. 03. 저녁놀 고운 시각에 적어 둠

Sceaux에서 2022.05.04

2022. 05. 01

노동절 뮈게-은방울꽃-선물하는 날 큰딸은 노동절 아침부터 노동자가 돼야한다며 전날 엄마께 미리 선물. "은퇴한 노모의 노동절을 축하? 암튼 행복 만땅이얌~" 5월 첫날 오후 하늘 푸르고, 바람 쌀랑 불고, 아침보다 한산해진 거리엔 쓸쓸한 은방울꽃 아찌들의 쓸쓸한 좌판. 책읽는 일로 노동을 대신하고 있는 팔자 늘어진 은비 엄마의 엄마... [지리의 힘] 팀 마샬 2016 마로니에가 셩들리에를 밝혀 둔 쁘띠 샤토 정원에서 행복한 독서. '수년 동안 미국과 쿠바는 서로의 주위를 조용히 맴돌기만 했다. 2015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그들은 부분적인 돌파로 이어지는 탱고만을 추었을 뿐이다. 복잡하게 스텝이 꼬이지만 않도록 슬쩍슬쩍 눈치만 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혹시 플로어로 나가자고 할 신청자가 ..

Sceaux에서 2022.05.02

2022. 04. 24

오늘 우리 은비는 대통령 선출을 위해 투표장엘 다녀왔다. 1차 투표 때는 진보진영의 후보에게 투표했으나 지지율 3위에 그쳐, 하는 수 없이 2차 결선에서는 보수로 기우러진 중도 노선을 지향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었단다. 극우에겐 주기 싫으니... 마크롱은 연임을 지켜냈다. 상 드 마르스에서 군중에 둘러싸인 마크롱의 환하고 힘찬 얼굴을 보며, 왜 나는 한숨을 쉬었을까. 얼마전의 내 나라 대선 결과의 그날이 떠올라서지만 이런 맘을 무엇으로 달래고,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으니, 이 한숨은 길어질 것같다. 깊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에혀~ 이나라 민심도 극우쪽으로 기울고 있어 걱정. 오늘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읽기를 마쳤다. '모든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내가 열렬히 지지한 후보의 당선이 내게 ..

Sceaux에서 2022.04.25

Sceaux 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파리행 대한항공의 항로가 변경됐다. 이륙 시간도 한시간 반가량 당겨졌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여객기는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우루무치 상공을 지나 위로 약간 굽은 곡선을 그으며 날다가 조지아 상공에서 거의 직각으로 우측방향으로 꺾고, 거기부터는 직선으로 북쪽을 향해 날았다. 우리의 목적지 파리는 여객기 좌석 모니터에 안내되는 항로의 북쪽 끝지점에 표시되어 있다. 장장 14시간의 비행으로 가 닿은 곳,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 파리는 보슬비에 젖고 있었다. 그날이 이틀전. 내고향보다 더 마음 편한 Sceaux 소나무길에서 화사한 목련의 환영인사를 받은 시각은 저녁 아홉시 즈음. 냄새부터 다른 이 동네. 한결같이 매혹적이며, 무엇보다 평온함이 좋은 곳. 좋은것만 보이고 심란스런 말..

Sceaux에서 2022.04.06

새벽달.. 까비..

은비네는 며칠째 밤잠이 고르지 못하단다. 어느날은 은비가 새벽 세네 시까지 까비와 놀아주고 그뒤를 이어 은비엄마가 까비를 돌보느라. 까비의 기력은 나날이 쇠잔해져가고 물과 참치스프와 요거트 한 모금씩을 겨우 핥을 뿐 숨차하고 기운없어, 흐릿한 눈매로 가족을 바라보는 까비 모습에 모두 마음 아프단다. 어제는 작은딸이 보내 온 까비가 스프를 핥는 동영상을 보며 어찌나 울었던지. 코로나19의 장벽으로 달려 갈수도 없으니, 이 안타까움을 어이할꼬. 오늘은 은비가 새벽달을 찍어 보내왔다. 새벽 네 시 반에 까비를 따라 모두 일어나서 놀았다면서, 07시 30분 즈음의 예쁜 달을 보내 주었구나. 까비의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음을 까비도 가족도 모두 알기에 살뜰히 사랑나누며 보내는 순간들. 까비! 너무도 보고 싶다. ..

Sceaux에서 202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