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은비가 내일 집에 온다

eunbee~ 2022. 6. 21. 01:23

내일, 21일 밤 11시 40분
은비가 한 달여의 할아버지댁 방문을 마치고,
긴 비행시간을 견딘 후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에 도착한다.

그간 여러 친척들과의 한국 여행, 나들이, 할아버지랑
아빠랑 경주, 부산 여행... 바삐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진 전송에 성의를 다해 준 은비 덕분에 우리도 즐거운
사진 여행이 되었다.

은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느 소나기 내리던 날, 굵은 빗방울에 함께 튀어오르는
흙내음이 자기방 창문 넘어로 번져오니
"아, 이 냄새는 상남 할머니 집에 있을 때 맡던 냄새야~."
그 할머니께선 몇 해 전 고인이 되셨고,
영어교사로 평생을 교단에 서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춘천 어느 고등학교에서 정년 퇴직하시고, 선대께서
지키시던 상남 산 곁 으로 가셔서 여생을 즐기신다.

그러한 곳에 은비 할아버지께서 한가로운 생활을
하고 계시는 상황이 은비에게는 축복이다.
나도 두서너 번 갔었는데, 강원도의 좋은 조건을 거의
갖추고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은비는 그곳 산이 좋았나 보다.
사진마다 산, 산, 산 풍경이었다. ㅎ.ㅎ

인천에서 뮌헨공항을 거처 드골 공항까지 거의
스무 시간의 긴~여정.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며, 은비 볼 기쁨에 포스팅 해둔다.


***

아래는 노루님 방에서 읽은(22. 03.08 자

<기쁜 소식들> )
'허필연' 시인의 참 좋은 시 [개망초]를 옮긴다.
시인의 또다른 시 [순자]도 정말 좋은 시.



[ 개 망 초 ]

ㅡ 허 필 연 ㅡ

인제 가다 상남 길 접어들면

인적 드문 산골 길

간간이 군용 지프 낯설음으로 다가오고

여름이 다 가려는 칠월도 하순에

산비탈 자락마다 여울지며

개망초 하얗게 잔치를 벌이고 있네

창문을 내리고 손 흔들고 싶다

날 기다렷냐고 묻고 싶다

묵은 밭 자락마다 모여 선

와도 오지 않아도 좋을 기다림이여




******

산이 귀한 파리와 쏘에서만 사는 은비
산이 좋은가,
산을 자주 찍어 보냈다.
우리들 단톡방으로.

할아버지랑 아빠는,
해저물면 바둑판 사이 두고
시간을 엮으시나 보다.
은비 아빠의 소프트웨어도
시인 허필연님과 같은
安分知足. 할아버지께서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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