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11

Paris Plage에서 종일토록

한여름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파리지앵들을 위해 마련된 센느강변의 아기자기한 해변 풍경. 나도 오늘 하루 종일토록 ⛱ 비치파라솔 아래 앉아 사람 구경, 하늘바라기, 책읽기, 이런저런 생각들에 젖기. 시청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어찌나 정다운지, 그 깨진 듯한 종소리는. 정각에 울리고 15분에 땡그랑 한 번 30분에 두 번 45분엔 세 번 대여섯 시간을 들었으니 몇번이나 울렸을까. 파리 시청, 여러모로 다정도 하지.

파리에서 2022.07.30

이사 했어요

DAUM에서의 대문사진을 안고 와, 이곳에 부려 놓으니 어쩐지 쓸쓸하네요. 오랫동안 정답게 나누던 우리들의 대화가 사라져 버린 것이, 너무도 아쉽고 아깝고 허전해요. 이사 하기 전, 즐겁게 나누던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참으로 따스하고 아름다운 몇날이었어요. 그때의 '나'를 알아내기도 했구요. 이젠 그 많던 댓글 대화들이 옛이야기가 되었으니... 마냥 허전 하네요. 다음 블방에서의 친구들~ 고마웠어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Sceaux에서 2022.07.23

무더위

뉴스에서, 프랑스 서부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이상 기온 상승으로 비롯된 아르카숑 사구(Dune) 화재 발생은 며칠 째 진화 작업을 하고 있으나 잦아들지 않는다고... 아, 아르카숑. 파리 우리 가족들의 좋은 추억이 깃든, 아름다운 곳. 그 모래언덕에서 (어린)은비가 그리도 즐겁게 뛰어놀았는데.. 지금 시각 오후 7시 40분, 바깥 온도는 40도C. 그리도 푸르던 하늘도 뿌옇게 매연으로 뒤덮여 있으니 체감 온도는 더욱 높아 진다. 오늘 아침에는 드디어 에어컨을 창고에서 꺼내어 거실에 설치, 하루 종일 매케한 찬바람과 소음과 씨름 중. 여기는 에어컨 실외기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이 매우 불편하다. 아예 실외기가 없다. 주름튜브에 연결된 장치를 창문에 설치하고 물받이 용기도 따로 마련해야하고.....

Sceaux에서 2022.07.20

앞에서 이어...

이것은 공항들의 '허브'에서 더욱 폭넓게 확장된 개념이다. 도시국가의 특별한 형태라고나 할까. 위치는 고정되어 있지 만 거주자들은 끊임없이 유동적이다. 공항 공화국, 세계 공항 연합의 회원들, 아직 국제 연합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못했지 만,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세계 공항 연합의 구성체인 다른 공항들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다지기 위한 새로운 체제가 등장한 것인데, 그 체제는 오직 다른 공항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존재 의미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외향적이고 열려있는 체제의 대표 사례다. 이곳에서 통용되는 헌법은 비행기표에 상세히 적혀 있고 보딩 페스가 거주민의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거주민의 수는 일정치 않으며 수시로 바뀐다. 흥미로운 것은 안개가 끼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

일상 2022.07.19

Olga Tokarczuk의 [Bieguni]에서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책 [방랑자들]을 다시 뒤적인다.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읽는 두번 째의 독서. 그중 '공항들'p.85~88 을 옮겨 둔다. ***** ㅡ 공항들 ㅡ 여기 거대한 공항들이 있다. 환승 항공편을 제공해 주며 우리를 끌어모으는 곳. 이동을 도와주는 연결편과 시간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곳. 비록 향후 얼마 동안은 여행 겨획이 없다 해도 각각의 공항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과거에 공항은 기차역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보조 시설로 변두리에 지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고유한 정체성이 확립될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 얼마 안 있으면, 일터나 숙소의 명목으로 도시가 공항에 병합되었다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한 삶은 움직임 속에서 구현되니까. 오늘날 공항이 도시보다..

일상 2022.07.1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 가야 되겠지요? 벌써 이사하셨다구요? 8월 어느날 이사하실 거라구요? 에잉~~ 번거롭고 귀찮고 뭔가가 실망 섞인 부아가 올라오고.. ㅋㅋ 내 젊은 시절엔 진짜 이사(집 바꾸기, 도시 옮기기) 많이 했는데. 이젠 엉덩이 붙이고 컴앞에 앉아 손가락 열 개로 할 수 있는 초간단 이사마저 하기 싫으니... 어쩔거나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남따라 이사해야지? 억지로라도 기쁘게. ㅠ.ㅠ 그런데 말이지~ 아무리 옮겨 다녀도 좋은 건? 이책 저책 탐험하기. 게으름쟁이의 일락, 독서삼매에 들기. 염명순 시인께 빌려 읽은 것 ㅡ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ㅡ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ㅡ 리큐에게 물어라 / 야마모토 겐이치 ㅡ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파리는..

Sceaux에서 2022.07.09

옮겨 온 글

한겨례신문의 참으로 마음에 드는 칼럼이다 여기 옮긴다 상식 밖의 전직 대통령 예우 ㅡ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ㅡ 대한민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어딜 가도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뿐, 근현대 정치지도자의 동상 하나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이 땅에 오래 산 한 외국인의 관찰이다. 무수한 외침을 지켜낸 역사가 긴 문화국가라는 자부심은 큰 자산이다. 그런데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은 옛날이 아니라 오늘이다. 최단시일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루고 선진 대열에 동참한 ‘경이로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를 만드는 데 정치지도자들의 공로가 없었을까? 민주공화국 60여년 동안 아홉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했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저마다 공과가 없을 수 없다. 시류와 정권 따라 민심도 ..

일상 2022.07.07

헤어질 결심

2022년도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오늘 오후 2시 안토니 시네마에서 봤다. 주연 배우들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고, 함께 감상한 영화관을 찾은 프랑스인들의 반응과, 앤딩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 열중하는 모습이 더욱 좋았다. 나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을 빛낸 영화에게, 내나라 영화를 열중하여 감상해 주는 프랑스 관객에게, 그리고 함께 한 큰딸에게. 며칠전 비오는 날의 산책 때 개선문 부근 셩젤리제 거리의 영화관에도 이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 반갑더니...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개봉 했다는 소식은 들은바 있다. 오늘 Cinema Antony에서는 페스티벌 중이라며 관람티켓이 단돈 4유로, 오호호 신나~~ 대부분 10유로가 넘거든. 가는 날이 장날? ㅎ.ㅎ 앙토니엘..

Sceaux에서 202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