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12

조용한 거리를 자박자박 걸어...

며칠간 짧은 여행에서 번다한 거리 풍경에 익숙했던 연유일까? 오늘 한낮 이동네 거리 분위기는 어찌 그리 쓸쓸한지. 윗동네 작은 딸이랑 Parc de Sceaux에서 만나 은비에게 줄 선물도 전하고 여행 이야기로 수다도 늘어놓고, 천천히 걸어 아랫동네 큰애네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한산했다. 고요롭다못해 쓸쓸해지는 마음에 폰카만 눌러댔지. 덜 쓸쓸하려구. 가을인가봐. 최고 기온이 26도C, 아침해가 중천을 오른지 서너 시간이 지났어도 겨우 18도C. 길가 벤치에 앉아 이쪽 길도 기웃 저쪽 거리도 기웃 귓가에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는 적적함을 더욱 부추겨. 자주 뵈던 냥이들도 모두 어딜 간거얌. 사진 속에 인기척 좀 넣어 본다고 한참씩 기다렸지 뭐야. 나를 기다려 준 사람은 메트로역 앞에 앉아 있던 저 소년뿐..

Sceaux에서 2022.08.29

구름은 역시 빠리야

은비가 한국을 다녀 온 며칠 후 구름 사진을 내게 보내며 덧붙인 말, "구름은 역시 빠리야" 요즈음 비가 오락가락하고 회색빛 하늘이 자주 보이더니 어제는 하루종일 파란 하늘에 멋진 구름... 여행 떠나고 싶게.^^ 더구나 큰애네 집은 하늘을 실컷 볼 수있는 탁 트인 곳. 남북 방향 모두 시원스런 전망. 하늘바라기 명수인 내겐 최고!^^ 그제 저녁 아홉시를 넘긴 시각엔 고운 노을이... (사진 1) 어제는 오후 내내 멋진 구름이...(2~4) 오늘 일출은 또 어떻고! 읽고 있는 (이 책 몇번을 읽는지) '인간의 대지', 생 떽쥐페리를 자주 길 잃게 하는 구름이 저렇게도 멋지다니... 하늘을 드넓게 만끽할 수 있는 이집에선 하늘바라기로 하루를 보내도 좋다.

Sceaux에서 2022.08.22

2022. 08. 15

순자 / 허필연 오늘 그 순하디 순한 순자를 만났다 순자는 내 초등학교 친구 선생님께 야단맞고 교실에서 쫓겨나던 날 산모롱이에서 동무해 준 순자 상고 나와 신설동 밍크담요 대리점에 취직한 순자 억지거리 대학생이 된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눈치보며 자장면 한 그릇 더 시켜주고 사장님 몰래 전화하라고 망 봐 주던 순자 그런 순자를 화가에게 뺏겼다 십년하고도 팔년이란 세월을 란 치는 남편 먹 갈아 준다고 평일을 몽땅 바치고 나머지 하루는 하느님께 찬송드려야 한다고 날 볼 수 없다던 순자 순자는 나를 잊었나? 오손도손 오리를 걸어 순자는 냇길로 십리, 나는 산길로 십리 아쉬움이 머물던 그 자리 새말 갈림길 내려다보면 순자는 아득한 점으로 사라지고 그 아득함이 이제 순자와 나의 거리가 되어버린 듯 그런 순자가 오늘 ..

Sceaux에서 2022.08.15

무슈 상페도 가셨어요

내가 좋아하는 Jean-Jacques Sempe (1932.08. 17~2022.08. 12), 어제 오후 뉴스에서 그가 지구별을 떠났다고. 어느 해 로베르가 내게 선물한 [사치와 평온과 쾌락] 위트와... 따스한 시선이 좋았던 보고 읽고, 또 보고 다시 읽게 하는 좋은 이야기 그림책. 검은 고양이 내게 말하네 "eunbee,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무슈 상페가 떠났어요~" 큰딸은 그의 [꼬마 니콜라] 시리즈로 불어를 익혔다지. 안녕히 가세요~ ㅠ.ㅠ 정말 정말 좋아하는 책들 선물처럼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 난 오늘 한국에 있는 아들에게 상페의 책을 주문 부탁 했지. 참으로 행복해지는 그분의 책들..

Sceaux에서 2022.08.13

이런 기사를 읽고

로 시작되는 '서울=뉴스1'이서영 기자의 기사를 대강 발췌해 본다. 12일 워싱턴 포스트 발 뉴스 게리 킨(59세)은 500m지하동굴 탐험 중 그의 헤드라이트에 비친 개를 발견. 그 즉시 사진 찍어 긴급 구조 대원들에게 도움 요청, 시장도 달려 오고. 동굴탐험 30년 경력의 릭(66세)도 합류. 수직등반, 포복자세로 기고 걷기를 15분, 손에서 손으로 안아 옮기며 1시간 여의 작전으로 구조 성공. 죽기 직전에서 구조된 '애비'라는 이름의 혼혈 푸들, 개가 실종된 건 지난 6월 9일, 기사는 오늘 날짜. 애비의 주인은 "애비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랍다"고.. 릭은 "그 주 주말 동굴프로젝트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코 애비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후 릭은 (기사의 마지막 문장) **..

Sceaux에서 2022.08.12

2022. 08. 04

아침, 비듣는 소리가 반가웠다. 창문 열어 두고 비내음 맡으며 목련 잎에 비 내리는 소리 듣는 일 어찌나 멋진 일인지.. 큰애에게 전화 했다. 쏘공원 숲길 걸으며 빗소리 듣자고. 그랑샤토 파사드를 등지고 앉아 비 내리는 정원에 취해 있었다. 숲 길 걷는 동안 아쉽게 비 그치고... 공원 테라스 카페에서 언제나 처럼 모녀의 수다 타임. 그리고 각자 집으로... 헤어질 땐 늘 아쉬움이 마음 밑을 흐른다. 배냇병이얌. ㅠㅠ 밤새 비는 내리고 자정 가까이부터 천둥번개는 오래도록 울었다. 8월 5일 아침에 일어나니 마치 가을. 비에 젖은 정원 잔디는 더욱 노란빛을 띠어 가을빛을 부추긴다. 말갛게 씻기운 하늘은 마냥 푸르다.

Sceaux에서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