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9

은비가 내일 집에 온다

내일, 21일 밤 11시 40분 은비가 한 달여의 할아버지댁 방문을 마치고, 긴 비행시간을 견딘 후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에 도착한다. 그간 여러 친척들과의 한국 여행, 나들이, 할아버지랑 아빠랑 경주, 부산 여행... 바삐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진 전송에 성의를 다해 준 은비 덕분에 우리도 즐거운 사진 여행이 되었다. 은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느 소나기 내리던 날, 굵은 빗방울에 함께 튀어오르는 흙내음이 자기방 창문 넘어로 번져오니 "아, 이 냄새는 상남 할머니 집에 있을 때 맡던 냄새야~." 그 할머니께선 몇 해 전 고인이 되셨고, 영어교사로 평생을 교단에 서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춘천 어느 고등학교에서 정년 퇴직하시고, 선대께서 지키시던 상남 산 곁 으로 가셔서 여생을 즐기신다. 그러한 곳에 은비 할아..

Sceaux에서 2022.06.21

어제, 더워 죽는 줄...^^

작은딸 알바에 따라나섰다. 파리에서 4~50분 거리라는 델 우린 두시간 가까이 차를 몰았다. 오전 10시 햇볕 쨍~ . 온 도로는 꽉~ 쏘에서 70km남짓이라는데, 모두 샤를르 드골 공항으로 가는걸까? 파리 북쪽길이 꽉꽉 찼다. 목적지는 La chateau de Chantilly . 한국 대기업의 어느 높으신 분이 거길 보고싶다나 뭐라나? 도슨트로 간택돼 알바 뛰는 따님이 "엄마는 돗자리 들고 가서 성안 영국식 정원에서 누워 책 읽다 와~"라고 꼬셔서 혹하고 따라갔다. 웬걸, 돗자리 펴러 가다가도 죽을 뻔, 그곳 명물 creme Chantilly 먹어보겠다고 사러 나서다가 무려 10분을 가야한다기에 2분도 못걷고 포기. 진짜 진짜 죽을 뻔했다. 아~ 그 자갈밭과 딴딴한 흙길과 복사열과 30도를 웃도는 오..

파리에서 2022.06.16

바람과 함께 춤을

서풍 불어 치맛자락 부풀었지 열두 폭 비단 치마 아, 이걸 어째 햇살은 뜨겁고 내 춤혼령도 그래 유월 초순 한낮 햇빛 강한 콘트라스트 치맛자락 휘감는 바람을 품고 오랑주리 라벤더 香 밴 그림자 춤 아, 이걸 어째 어질거리는 콘트라스트 내 춤혼령도 그래 💃🤾‍♀️🧚‍♀️ 장미화님의 노래에 실어 보냄^^ [ 어느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 누구든 나를 깨워주오 무명 바지 다려 입고 흰 모자 눌러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 있어 못 가고 못 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네 ㆍㆍㆍㆍㆍㆍㆍㆍ ] '서풍이 부는 날' **** 어제, 햇볕 뜨거웠던 오후 5시 56분 부터 6시 9분까지 바람과 함께 춤을. ㅎ ㅎ 춤 : 그림자...

Sceaux에서 2022.06.13

까마귀, 내가 좋아 하는 새가 이곳엔 많아

첫새벽 공기의 밀도가 높아 그러할까? 잠결에도 들리는 까마귀 노랫 소리. 역시 한밤중도 그래서 일까? 까마귀 우짖는 소리 들으며, 나도 잠자리에 깃든다. ㅎ Parc de Sceaux에는 까마귀가 주렁주렁 열린 커다란 고목이 있다. 유난스레 그 나무에만 까마귀가 많다. 황혼녘 그 풍경은 그저그만이다. 먼 옛날 아름다운 동화 한 편 읽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 파란 잔디 위를 천천히 거드름피우며 걷는 까마귀는 철학자 같아. 그 능청스레 멋진 모습이 난 참 좋아.^^ 연암 박지원은 까마귀를 보며, 한소식 깨달음을 주는 글을 남기셨다. [菱洋詩集序] 중 몇 단락을 여기에 옮겨 볼까 한다. *** (. ㆍㆍㆍㆍㆍㆍㆍㆍ)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이 없건만 홀연 유금빛*이 번지기도 하고..

Sceaux에서 2022.06.12

Ile des Impressionnistes에 잠겨

햇빛 찬란한 초여름 어느 하루 우리는 19세기 적 화가들이 모여들어 많은 작품을 남기고 인상주의라는 화풍을 탄생시켰다는 센느강 줄기 작은 섬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종일토록 섬 주위를 돌며 르느와르와 모네의 그림 속을 더듬어 보았다. 상전벽해, 모든 것은 변하고 많은 것은 사라지고, 화가들의 그림속 풍경은 내 상상의 눈으로만 펼쳐질 뿐이다. 인상주의 탄생지라고 ' Ile des Impressionnistes' 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섬, 그곳은 Chatou섬 일대를 일컫는다. 내가 담아온 사진 속 그림은 Renoir의

파리에서 2022.06.11

2022. 06. 03

롤랑 가로스 남자 준결승 나달과 즈베레프의 경기는 관전하는 내게 마치 직립사다리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하는 긴장감과 아슬아슬함을 주었다. 첫 세트 경기 시간이 무려 98분. 즈베레프의 끝낼 듯 말 듯, 안타까운 한 포인트의 절망. 마침내 타이브레이크에서 10 : 8 로 나달이 1세트 선점. 두 번째 세트의 경기 흐름도 비슷하게 이어갔다. 나달은 예전의 나달이 아니었고, 후배 선수에게 이끌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긴긴 경기시간, 95분. 다시 타이브레이크가 되던 그 순간, 즈베레프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며 괴로움에 터져나오는 통증을 호소했다. '심각한 부상인가보다'라는 염려가 몰려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나가는 즈베레프. 금년 롤랑가로스에서 그랜드슬램 영광의 기대주였던 그가 갑자기 부..

파리에서 202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