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즐거운 일, 책 읽기

eunbee~ 2022. 5. 9. 18:03

'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 집중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져서, 더 이상
혼란스러울 게 없다. 요즘은 작업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니, 더욱 더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겠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중



***

몇 해 전엔가 읽은 책을 또다시 손에 잡았다.
빈센트와 테오가 나란히 누워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아이비 초록 넝쿨 뒤덮인 묘지의 적막 속 그들의 사랑을,
다시 가서 위로하고 오겠다는 마음이 인다.

스스로의 의지나 욕망으로 생겨난 것도 아니면서,
태어나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세상에 대한
'빚이고, 무언가로든 갚아야 되는 의무'를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우리, 살아있는 모든 것들.

반 고흐의 편지글을 읽으며
그의 영혼속에 깃든 사랑, 도리, 바른 의지,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에 대해 알게 되니, 생전의 그가 받던 세상의
몰이해가 안타깝고, 그의 보다 높은 경지의 정신, 예술,
열정이 너무도 아까워서 나는 또 안타깝다.

오베르 쉬흐우아즈에 나란히 누워 있는 형제의 무덤 위엔
요즘에도 아이비 넝쿨이 무성하여 두 영혼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있는지...
이 봄 다 이울기 전에 그 들녘 바람 부는 곳으로
가봐야겠다. 빈센트의 편지를 들고.

***

얼마 전, 한국에 다녀 오신 염명순 시인이
어제 책 한 권을 빌려 주셨다.
낯선 이름의 작가의 책 (위 사진)

199쪽 짜리 얇은 데다가 내용도 가벼우니
후루룩 넘겼다. ㅎㅎ
고마운 시인께 카톡으로 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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