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345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연일 장맛비로 축축하더니 뒤이어 달려드는 태풍은 소나기를 쏟아 붓는다. 거기에 보태어, 아들이 보내준 책은 습지에서의 이야기 이고보니 한동안이 눅진하고 축축한 날이었다. Delia Owens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델리아 오언스는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 했다지. 이 책은 입소문을 타고 30주가 넘도록 판매 순위 1위.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는데.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여섯살짜리 카야라는 홀홀단신 소녀가 예순이 넘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로 펼쳐진다. 페이지가 마구마구 넘어가는 건 재미있어서지만 455페이지의 분량을 프롤로그까지 합쳐서 58번의 소제목 으로 나뉘어 써나가니, 편하게 읽히는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성장소설, 러브스..

살며 사랑하며 2020.09.03

시 옮기기 마지막 페이지

귀뚜라미 깊은 밤 고다쓰 안에서 시를 쓴다 '나 사실은' 이라고 한 줄 쓰고 눈물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귀뚜라미가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귀뚤귀뚤 귀뚜라미야 내일도 오렴 내일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 연하장 잘 있는 것 같으니까 뭐 됐어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아들이 보낸 연하장을 본다 새해 아침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나요 만나면 싸우는 부자였지만 그리웠던 거야 당신이 *** 행래교(幸來橋) 더부살이하던 집에서 괴롭혀 행래교 옆에서 울고 있으면 친구가 힘내자, 웃으며 말해 주었지 졸졸 흐르는 냇물 푸르른 하늘 하얀 구름 행복이 찾아온다는 다리 상냥한 친구 힘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팔십 년 전의 나 ***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

살며 사랑하며 2020.06.06

시바타 도요

추억 2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던 역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죠 셋이서 돌아오는 골목길에는 달콤한 물푸레나무 향기 어느 집에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노래 그 역의 그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 *** 아침은 올 거야 홀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불행해....." 한숨짓는 네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 거야 *** 두 시간 있으면 세상에는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사건이 있어 콜롬보 경감 후루하타 닌자부로 경감 둘이서 힘을 모으면 범인은 꼭 잡힐거야 두 시간 있으면 *** 횡재한 기분 고다쓰 안에서 TV를 보며 웃고 있는 아들 옆모습 젊은 시..

살며 사랑하며 2020.06.06

시바타 도요

기일에 당신 꿈을 꾸었어요 아들에게 말했더니 자기도 보고 싶다고 그러네요 부자가 참 많이도 다투곤 했지요 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기만 했어요 지금은 상냥하게 대해 줍니다 둘이서 시를 짓고 있어요 당신도 함께하지 않을래요? *** 나 2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 선풍기 방향을 바꿔 두드리지 않으면 돌지 않는 선풍기 달그락 달그락 힘에 겨운 소리 고민 끝에 내일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십 년 동안 부드러운 바람 보내 줘 고마워 푹 쉬렴 *** 전화 힘겹게 일어나 전화를 받으면 물건을 구입하라는 ..

살며 사랑하며 2020.06.05

시바타 도요 詩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 행복 이번 주는 간호사가 목욕을 도와주었습니다 아들의 감기가 나아 둘이서 카레를 먹었습니다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인가요 손거울 속의 나 환히 빛이 납니다 ***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 대구지방은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 더위가 예고되었다. 성급한 여름 더위. 기온도 뜨겁고, 대한민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살며 사랑하며 2020.06.04

시바타 도요 8

아흔여섯의 나 시바타 씨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도우미의 물음에 난처했습니다 지금 이 세상은 잘못됐다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한숨을 쉬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 아들에게 2 엄마가 혹시라도 노망들까 걱정하지 마 오늘은 일요일이지? 너는 겐이치 상냥하고 성급한 내 하나뿐인 아들 무엇이든 아직까지는 기억한단다 자, 가 봐 어서 넌 네 할 일을 하렴 ?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 너에게 2 쫓아다니며 사랑하던 이를 괴롭히기보다 잊어버리는 용기를 갖는 게 필요해 시간이 흐르면 깨닫게 될거야 너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어 아직 네가 깨닫지 못할 뿐이란다 *** 사진은 시..

살며 사랑하며 202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