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웃픈 시 그리고 내 하루

eunbee~ 2019. 3. 10. 23:08

 

- 어머니학교 6

 

이 정 록

 

 

기사 양반,

이걸 어쩐댜?

정거장에 짐 보따릴 놓고 탔네.

 

걱정 마유. 보기엔 노각 같아도

이 버스가 후진 전문이유.

담부턴 지발, 짐부터 실으셔유.

 

그러니께 나부터 타는 겨.

나만 한 짐짝이

어디 또 있간디?

 

그나저나,

의자를 몽땅

경로석으로 바꿔야겄슈.

 

영구차 끌듯이

고분고분하게 몰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분이니께.

 

 

***

 

 

엊그제, 코엑스 한켠 '별마당 도서관'에서

시집 서너 권을 읽었다.

종이가 아까운 시집도 있고

한 편의 소설같은 시 한 수도 만나고.

 

독자의 시감상은 시인에 닿는가?

독자의 몫이라며, 마냥 무관한가.

 

그 중, 내가 가장 멋지게 읽은 시를

옮겨 둔다. 나의 시감상을 곁들여...^^

 

.

.

 

 

시골 버스엔 거의가 노인 승객인가보다.

시골인정, 소박하여 아름답고

능청스런 여유가 정겹다.

 

깜박깜박 건망증 깊은 노년의 걸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분'이라며

농반진반 섞은 체념의 한탄은

애잔코 서럽다.

아니, 차라리

성스럽구나.

 

 

 

***

 

 

봄내음이 대지에 번질 즈음이면

엄마는 꽃밭에 묻어 두었던 김치독을 파내어 씻으셨다.

나도 오늘 내 엄마의 그런 모습을 추억하며, 지난 김장철에

며느님 엄마께서 보내주신 커다란 김치통을 비우고

깔끔하게 씻어, 냄새가 날아가라고 베란다에 내어놓았다.

 

푸자작푸자작 손빨래를 신나게 하니 땀이 흥건해져 샤워를 하고,

어제 아들네랑 먹고 남은 연어를 꺼내, 생고추냉이와 초고추장에

새싹채소 곁들여 무쳐서, 상추에 쌈싸 먹었지.

 

헤세를 읽을까 하루끼를 읽을까 망설이다가

소금후추색으로 바뀌어가는 모발을 갈색으로...

머리카락에 변덕을 입혔다.

드골공항에서 딸들을 만나면,

짜잔~하면서 머리채 흔들어 보여야지. 후훗

 

에디오피아산 커피콩을 드르르르륵 요란하게 소리내며

그라인딩해서, 커피를 내렸다.

새큼한 맛이 혀에 감기는 매력,

커피잔이 비워질 즈음, 어느새 하루해가 뉘엇뉘엇...^^

 

오늘 하루도 모두모두 무탈하고,

살아 있음이 기쁜날,

 

인생이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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