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꿈을 꾸었어요
아들에게 말했더니
자기도 보고 싶다고
그러네요
부자가 참 많이도
다투곤 했지요
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기만 했어요
지금은 상냥하게
대해 줍니다
둘이서 시를 짓고 있어요
당신도
함께하지 않을래요?
***
나 2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
선풍기
방향을 바꿔
두드리지 않으면
돌지 않는 선풍기
달그락 달그락
힘에 겨운 소리
고민 끝에 내일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십 년 동안
부드러운 바람 보내 줘 고마워
푹 쉬렴
***
전화
힘겹게 일어나
전화를 받으면
물건을
구입하라는 전화
거절하면 간드러진 목소리가
언짢아지며
뚝 끊기네
즐거운 이야기만
연결해 주는 전화
어디 없을까
??
시바타 도요 씨의 이 시들은
산케이 신문 <아침의 시>에 연재되던 시란다.
아들이 시 짓기를 권해서 아흔둘 부터 쓰셨다지.
아흔여덟에 시집을 내셨고.
산케이 신문 <아침의 시>편찬자 신카와 가즈에 씨는
'나도 도요 씨처럼 살아가자'라는 생각을 하며
누굴 만날 것도 아닌데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엷게 립스틱을 바른단다. 그맘 나도 찬성이야.
***
사진 ;
내 작은 딸의 49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