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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c de Sceaux의 토요일

2022. 10. 08 까날 옥타곤에 낚싯대 드리워 두고, 마냥 무심한 젊은이의 여유 아빠 기타 연주를 응원하는 꼬마의 귀여운 몸짓 결혼 기념사진 찍느라 즐거운 두 커플 가족은 이채로운 패션쇼 노천카페에 앉아 쇼콜라 쇼, 에스프레소, 즐기며 눈 호강하는 우리 시선이 닿는 곳은 "엄마, 하늘과 구름 실컷 봐 둬~ 한국 가면 그리울 거야." 그리고 언제나 그곳에 가서 앉는 호두나무 곁 벤치에서... 시월의 멋진 가을 풍경 속에 잠겨 레바논 음악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 올가을 우리들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를 이렇게. 먹을 수 없는 호두 몇 알 주워 깔끔하게 씻어서 손 크림으로 윤기 내어 가방에 넣었다.

Sceaux에서 2022.10.09

Bir-Hakeim다리 앞 '백조의 섬' 산책

가을 날씨, 가을 하늘, 가을 햇살 가을바람, 가을 빛깔... 또 무어가 있을까? 오늘처럼 이토록 가을다운 날에 어울리는 말은. 센느강엔 '백조의 섬'이라는 산책로가 있지. 그 어느 해, 달빛 고운 밤 큰애랑 달 보며 걷다가 넘어져 새끼손가락 굽어져 아프게 만든 곳. 어제는(10월 7일) 함께 가자는 딸도 떼어두고 혼자 그 산책길을 만끽하고 돌아왔지. 때로는, 특히나 가을 산책은 혼자 즐기는 맛이 여간 좋은 게 아니야. "아, 지금은 가을! 이곳은 파리! 나는 센느 강변을 걷고 있어." 산책로 끝에 다다르니 멀리 미라보 다리가 손 흔들고 있어. '미라보 다리 아래 센느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흐르네 (........) 종은 울고 날은 저물어 세월은 가는데 나는 이곳에 있네 (...........).'..

파리에서 2022.10.09

로저 페더러! 함께한 시간, 즐거웠어요

지난 23일 저녁 이곳 TV 뉴스에서 페더러의 은퇴 소식을 듣고서 순간 가슴이 철렁. 그리고는 눈물이 핑그르르~ 아, 그도 무대 뒤로 가버리는구나. 사뭇 우울하고 왠지 쓸쓸해지는 마음은 쉽게 털어내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적였다. 이미 몇 주 전부터 그의 은퇴 소식을 모두들 전해 들었구나. 사라포바도 몽피스도 치치파스도 윌리암스도 그리고... 나달도 페더러와 함께한 레이버 컵에서 나달은 또.. 그리도 눈물짓고. 엊그제 레이버 컵 경기에선 두 라이벌은 한조가 되어 복식경기를 보여줬다. 페더러의 마지막 경기. 이젠 해마다 기다리고 응원하고 환호하던 그랜드슬램이나 투어대회에서 페더러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난 왜 이리도 쓸쓸할까. 2022년 LAVER CUP 대회에서 마지막 경기를 보여주는 ..

살며 사랑하며 2022.09.26

L'adieu

실시간 ^^ 파리 11시 53분 런던 10시 53분 TV 시청 중 *** 파리 오후 네 시, 덧붙임. 장장 네 시간동안의 화려하고 근엄한 예식, 남의 나라 여왕님의 장례식에 TV화면으로나마 착실히 참석.ㅋㅋ (윈저성에서의 세레모니엔 불참 집안일이 너무 밀려있음^^) 연출된 무대 공연을 관람하는 느낌으로... 세기적인 행사가 될테고, 내 평생 동안 그 이름이며 모습이며 무시로 듣고 보게 되던 분. 여왕으로 살았든 여념집 아낙으로 살았든 끝내는 공평하게 지수화풍으로 흩어지는 인생. Rest in peace~ ! *** 영국 여왕 서거일부터 매일 프랑스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요 채널에서는 여왕 이야기와 추모 내용에 열중하느라 국내 장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음에도 보도 한자락 없다고 핀잔을 듣더니..

Sceaux에서 2022.09.19

유럽 문화 유산의 날

매년 9월 첫 주말은 '유럽 문화유산의 날'이란다. 올해가 39회째로 금년 테마는 '지속 가능한 유산'. 프랑스 전역의 역사적 건축물을 개방, 가이드 투어, 액티비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눈을 떠요! Levez les yuex!'를 특별 진행하여 교사 동행으로 유적 탐방의 기회도 주어진단다. 우리도 파리로 진군했지. ㅎ Place d'Italie에 있는 Fondation Jerome Seydoux-Pathe를 방문하기 위해. 퐁피두 설계자 Renzo Piano의 설계로 알루미늄 타공 패널로 지붕을 덮은 시원스럽고 산뜻한 느낌의 건물이 밝은 자연 채광을 모아 두고 우릴 반겼다. 로뎅의 조각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는 파사드는 여전히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고, 옛것과 새것이 서로..

파리에서 2022.09.19

2022. 09. 16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대기가 축축하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은 쌀랑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오 기온이 14도 c, 지금은 오후 다섯 시라서 햇볕 뜨거운 날씨엔 가장 기온이 높을 시간임에도 겨우 17도 c. 이번 주는 '추워~' '춥네~' '발이 시려~'란 말, 자주 했다. 이렇게 가을은 어느새 당도했나 보다. 남불 지롱드 지방에선 산불로 난리, 그 옆 알프 마리팀 지방엔 홍수에 우박. 올봄부터 지금까지 전국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이고 전쟁통 속이다. 이렇게 뒤숭숭하게 한 해가 가려나? 흐린 날엔 냄새가 더 짙게 스민다. 아침부터 잔디 깎느라 부산한 소리에 묻어오는 향긋한 풀내음, 난 그 풀향기가 좋아서 시끄러움을 참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지금 이 시각까지 풀향기에 겨워하고 있다. 정원 잔디 깎는 날이 자..

Sceaux에서 2022.09.17

2022. 09. 15

오늘 아침 하늘은 흐리다. 노란 운동화에 노란 체크무늬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서 사뿐사뿐 걸어가는 은비의 뒷모습은 흐린 하늘을 밝게 해 준다. 은비가 학교에 가고부터 내 일상이 한결 부지런, 상큼.^^ 은비 닮아서... 은비가 데려다주고 간 고양이랑 놀다가 책 들고 공원으로 나갈 참이다. 옆집엔 주거인이 자주 바뀌는데 아마도 BnB? 지난달엔 한국어 사용 부부가 한 달가량 머물더니 이번엔 영어 사용 가족에 하얀 고양이. 하얀 냥이, 얼마나 예쁘고 상냥한지. 내가 발콩에서 휘파람 불면 고개를 갸웃~ 새들이 날면 잡아 보려고 유리창에 매달려 애쓰고. 고양이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또 있을까? 은비는 할머니에게 이런 방법으로 고양이를 안겨 주고 학교로 갔다. 이제 대학원 마지막 학기. 상큼하게 차려입고..

Sceaux에서 2022.09.15

2022. 09. 12

아침, 잠에서 깨어나니 새벽달이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은비가 일찌기 서둘러 학교로 가야하니 새벽부터 조손은 바쁘다. 은비는 메트로에서 기차 기다리며 사진 한 장을 톡으로 전송한다. 나는 집안일 정리하고, 빌려 온 책 '나무 수업' (저자 Peter Wohlleben)을 읽다가 덮고 산책을 나갔다. 땡볕 작렬하는 오후 1시에... 뭔 심사래. ㅎ ㅎ 까마귀가 좋아하는 커다란 나무 아래서 수종이 무언가 살펴 본다. 아카시아 같다. 아니면 회화나무? 오래전부터 보던 나무인데도 그 잎을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다. 늘 가을 날 잎 진 뒤에 까마귀들이 나무잎인양 무리로 앉아있던 것만 기억되는 나무. 읽다 두고 온 '피터 볼레벤의 나무 수업'을 들고 올 걸.. 하며 아쉬워 한다. 멋진 나무 아래서 읽는다면 더 좋았..

Sceaux에서 202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