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어딘가에는 어딘가, 어딘가에는 이 세상의 모든 생년월일은 지나갔다. 그러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딘가에 시간이 고여 있을 것 같다. 아직 손가락을 펴지 않은 태아처럼. 주민등록번호보다 긴 숫자, 그런 암호, 그런 긴 꼬리가 휘어지며 내 왼쪽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이 감촉은? 밤의 공중을 .. 살며 사랑하며 2012.03.01
월든 호숫가에서도 티티새가 울었을까? 이제 기차가 지나가고 그와 함께 바쁘게 설쳐 대는 세상도 지나가 버렸다. 호수의 고기들도 이제 기차의 덜컹거림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홀로라는 느낌에 젖어든다. (중략) 바람이 알맞은 방향에서 부는 어떤 일요일에는 종소리가 들려 오기도 했다.(.....) 이종소리.. 살며 사랑하며 2012.02.29
작은 별 아래서 작은 별 아래서 ㅡ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ㅡ 우연이여, 그대를 필연이라 명명한 데 대해 사과합니다. 필연이여, 혹시라도 내가 뭔가를 혼동했다면, 사과합니다. 행운이여, 내가 그대를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도, 너무 노여워 마세요. 고인들이여, 내 기억 속에서 당신들의 존재가 점차 .. 살며 사랑하며 2012.02.24
길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 하나의 사물도 하나의 길이다 선사들은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서 오십니까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자들은 흔치 않다 때로 인간은 자신이 실종되어 있다는 사실조.. 살며 사랑하며 2012.02.22
나는 아직도 나는 아직도 - 박 재 삼 -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살며 사랑하며 2012.02.21
얼음이 그려놓은 * Insomnia * ......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 살며 사랑하며 2012.02.21
아들이 그리웁다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살며 사랑하며 2012.02.10
생제르맹 데프레의 여신 줄리엣 그레꼬 Romance 미소짓는 아침처럼, 로맨스 넘치는 말 그것은 빠리의 봄날에, 시작되는 사랑이지요. 빠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지요. 마음만 먹으면 당신 것이지요. 그리운 사람, 당신께 드리겠어요. 이 선물은 우리 둘의 것이에요. 당신은 우리 동네 거리의 카페 주위를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세요? 거.. 살며 사랑하며 2012.02.08
책을 읽는 시간들은 참으로 행복하다. 인코그니토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데이비드 이글먼. 김소희 옮김. 윤승일 감수 책 제목 인코그니토Incognito가 우리말로 '익명의, 보이지 않는'이라는 뜻인 것처럼, 저자는 인간의 이면에 숨은 '뇌'의 무한한(?)능력과 거기서 비롯된 인간의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살며 사랑하며 2012.01.02
책과 영화와... 멀리있는 친구들에게 책선물을 하려고 두 권의 책을 내 책꽂이에서 골랐다.(서점으로 달려 간 것이 아니고..ㅋㅋ) [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매우 인상 깊게 읽은 책. 그리고 다른 한 권은 [신도 버린 사람들]-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모두 4-5년 전에 읽은 책들이라서 .. 살며 사랑하며 201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