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오두막 풍경

eunbee~ 2008. 11. 2. 21:34

바람이 제법 싸늘합니다.

오두막 낮은 추녀끝과 맞닿은  

오래된 살구나무도 잎을 떨구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빛깔 나무 줄기는 세월의 무게만큼 점잖게 굵고

이리저리 휘어진 나뭇가지들은 멋스런 동양화 속의 곡선입니다.

아침엔 꽁지깃이 길다란 까치 두마리가 날아와 앉아, 정답게 우짖다가 떠나갔습니다.

자꾸만 세월의 켜는 쌓여가는데

시절모르는 센티멘탈은 가슴을 두드립니다.

 

낙엽을 쓸어 모아

불을 지폈습니다.

뽀얀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이효석님의 '낙엽을 태우며'를 떠 올려 보는 순간입니다.

잘 익은 커피냄새...

잘 익은 개암냄새...

단발머리 소녀시절  국어책 속에서 만난 그 냄새가

오늘, 내 오두막 마당에는  찾아 오지 않네요.

낙엽이 오염된 걸까요.

내 감상이 때가 끼인 걸까요.

가을이 더 깊어지면, 나는 또다시 잘익은 개암냄새를 찾아 볼겁니다.

 

이제 겨우 종종 걸음으로 어미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검은강아지 한 마리와 갈색강아지 두 마리가

낙엽 지는 마당을 뛰어 다닙니다.

강아지 입에는 살구나무 이파리 하나가 물려 있네요.

강아지도 나뭇잎도 가을 햇살속에서 행복해 보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은비에게 강아지 얘기 담긴 편지나 써야 겠습니다.

가을엔,

빨간 우체통이 서 있는 우체국 앞을 자꾸만 가고 싶어집니다.

 

 

         은비 오두막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진입니다. 돌아다니다가 주워 온 사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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