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카톡으로 귀한(?) 사진 두 장을 보내왔다.
2009년 어느 날 내가 책갈피에 꽂아 두었을,
영화관람 티켓 앞뒷면을 찍어보내며
'엄마가 내게 읽으라 준 조윤범의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에
이런 티켓이 '책갈피'로 꽂혀있네.
뒷면엔 엄마 글씨로 메모도 있고.'
이 티켓을 살펴보며 내 일상 속 르네상스 시절을 회상하는 계기가 되니,
새삼 큰애의 살가움이 고맙다.
80년대 후반부터
학교 동료들과, 친구들과, 막내올케와, 딸과
그리고 혼자서, 부지런히 도 다니던 공연장, 영화관, 미술관...
사진 속 티켓은 아마도 막내올케랑 함께 감상한 것일 듯.
梨大 안에 있는 독립영화관 '모모'인걸 보니...
나랑 그녀가 그곳 영화관엘 몇 행보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단골 영화관은 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였지.
Hammering Man의 웅장함을 올려다보며
영화관 입구를 찾아들던 그때가 좋았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양재동으로 동숭동으로 광화문으로 국립극장으로
과천으로, 홍대 부근으로, 그리고 멀리는
춘천 마임페스티벌 공연장까지.
그중 큰딸과 팔짱 끼고 팔랑팔랑 즐겁던
80년대 후반부터 그 애가 유학을 떠나기 전(94년)까지는
명실공히 문예부흥시대의 절정이었다, 고
말하고 싶어 진다.^^
그때를 회상해 보는 요 며칠간
추억에 휩쓸려 마냥 몽롱롱~.
"진짜 진짜 좋았던 시절! "ㅎㅎ
이참에 TV 속 영화 페이지를 뒤적여
'동숭아트센터'와 그에 이은 '나다'를 찾아가
작가주의 영화, 예술영화를 감상하며
감동하던 때를 반추하기로 했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1932 (소련) ~ 1986 (파리)
오호라, 타르콥스키의 아드님이 최근에 만든 다큐
< 타르콥스키 : 기도하는 영혼>이라는 게 있네.
<Andrey Tarkovsky. A Cinema Prayer>
처음 알게 된 다큐멘터리. 낼름 간택.^^
' 기억이란 특이한 감정적 구조다.'
영화 속 그의 멘트가 맘에 담긴다.
그의 <희생>은 천천히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내게 좀 난해했던 영화, 그의 다큐에 언급됐으니
다시 보면 나으려나 궁금하다.
동숭동 나다에서 본 영화 중
잉그마르 베르히만 특별전에서 본
영화는 제목도 까마득~
'화니와 알렉산더'였나?
테오 앙겔로플로스의 '율리시즈의 시선' '안갯속의 풍경'
그리고 '영원과 하루'는 기억 또렷하건만.
그런데? 이 현상은 후에 다시 봐서 그런 거였네. ㅎ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21세기가 시작되고부터는
오페라, 발레, 클래식 음악, 연극, 현대무용,
미술관 감상은 파리에서 큰딸과 함께 한 것이
거의 모두였나 보다.
오호~~그러면 안 되지.
문화강국 한국에는 수준 높은 공연물이 얼마나 많은데.
마르셀의 마들렌이 되어준 저 사진 속 티켓의 효험으로
다소는 사라진 열정을 다시 살려내어 보자.
무더위 물러나 진정 가을다운 가을이 되면
양재동으로, 광화문으로, 또 어디 어디로 달려가 보자.
살가운 따님이 묘약처럼 건네준
오래된 영화티켓은
게으름에 젖기 시작한 엄마에게
정녕 마르셀의 마들렌이 되어주고도 남으리라.
***
뱀발가락 :
'요시노 이발관' 감독은
내가 엄청스리 좋아하는 영화
'안경' '카모메 식당'을 감독한
일본여인 [ 오기가미 나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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