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타샤 튜더

eunbee~ 2018. 9. 20. 08:26

 

 

 

한 사람의 일생이 이처럼만 하다면 정말 아름답게 잘 살았다고 칭송하고

회자되고.. 할만한 것이지요. Tasha Tudor, 20세기에 태어나

18,19세기적 삶을 추구하며, 만들고 누리고 살다간 여인.

 

일러스트 작가로, 자연과 더불어 정원을 가꾸고, 손수 옷을 지어입고,

텃밭과 농장에서 음식을 조달하며, 아흔두 살이 될 때까지

삽화를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고 풀을 뽑고 닭을 기르고..

강아지랑 비둘기랑 동무하며 꽃과 수풀 우거진 정원에서

고요롭게 살다간 여인, 타샤 튜더.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함께 고요로워 하기도

행복해 하기도, 더러는 눈물도 훔치면서 그녀의 삶에 동참했지요.

초대받은 친구가 되어 그녀의 정원과 부엌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자분자분 들으며 동경의 시간을 보냈다우.

참으로 행복한 시간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양, 내용, 이야기, 정신...

그녀가 살아낸 삶이었어요.

 

 

 

 

 

 

아버지는 에머슨, 소로우, 아인슈타인과 교유하던 식자였고

어머니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항해를 즐기던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던 큰아들이 물에 빠져 죽자

이집엔 불행이 다가오지요. 부부는 아기를 더 낳는 것으로 마음의 불행을 극복하기위해

타샤를 낳습니다. 1915년, 태어난 타샤는 작은오빠가 있기는 했지만

늘 외톨이로 혼자 놀아야만 했지요.

인형을 만들어 놀이를 하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아홉 살이 되던 해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댁에 맡겨집니다. 그댁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타샤는 즐거운 생활을 하며 잘 자랍니다.

어머니는 타샤가 사교계로 나가길 바라지만

타샤는 농부가 되기로 합니다.

스물한 살엔 스물두 살 잘생긴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고

스물다섯부터는 줄줄이 아기를 넷이나 낳아

생활력없는 남편과 아기를 부양하며 살지요.

그림을 그려 팔고 일러스트 작가로 책을 만들고

농사일을 하고 소젖을 짜며 자급자족을 하면서요.

 

그녀도 이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성공을 하게 되니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되어

꿈꾸던 버몬트로 이사를 가지요. 아주 넓은 땅을 구입해서

정원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10년이 흐르니 나무들이 제법 어우러지고

30년이 지나니 그럴듯한 정원이 되었답니다.

버몬트는 늘 그녀가 살고 싶어하던 곳, 사계가 뚜렷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잘 느낄 수 있는 그곳을 좋아했지요.

 

영화의 시작이 겨울이에요.

눈덮인 숲, 고요롭게 창밖을 내어다보며 90노파 타샤는 혼잣말합니다.

 

"고요로움은 선물이에요."

 

 

 

 

 

 

 

 

 

네 자녀는 어른이 되고, 또 그들의 아기를 낳고...

타샤는 할머니가 되고, 멋진 수탉과 눈매고운 소와 귀엽게 잘 생긴 코기種 강아지와

시시때때 나른하게 졸고있는 고양이와

지붕 위에서 구구구 날개짓하는 하얀 공작비둘기들과...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손녀 손자 손주며느리와 아들과

고요롭게 세월을 보냅니다.

 

봄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엔 잡초를 뽑고, 시든꽃을 따내어주며,

가을엔 과일을 거두어 재래식 착즙기에 넣어 쥬스를 만들지요.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손수 혼자 지어준 집에서

'타샤 튜더의 정원'을 이루며 살아가지요.

 

 

 

 

 

 

 

 

꽃을 보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답니다.

가을에 묻어둔 구근을 두더지가 먹기도하고 새싹을 토끼가 잘라먹어버리고

새들이 씨앗을 물고 도망가지만, 그 모든것을 참고 기다리는 철학자가 되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고 조곤조곤 이야기 하네요.

 

옷을 만들어 입고, 양초를 만들어 불을 밝히고(전기를 쓰지 않아요)

소젖을 짜고, 과실수에서 과일을 거두며, 오래된 도자기를 수집하여

손수만든 음식을 앤틱도자기에 담아 먹어요.

 

 

 

 

 

 

 

 

아주아주 오래오래된 커다란 괘종시계가 댕~댕~ 댕~댕~

네 시를 알려주는 나른한 오후엔

따끈한 차를 들고 나와 볕바른 양지에 앉아 마십니다.

 

"차는 뜨겁게 마셔야 좋아요. 뜨거운 차를 마시는 이 시간은

얼마나 행복한지요."

 

봄날 햇볕같고 여름날의 숲같고

가을날 열매같고 겨울날 눈같은 타샤 튜더 할머니.

그녀의 일생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노년의 여인이 그리도 아름다운 건

그녀의 평생이 아름다웠기 때문이겠지요.

젊은이에게선 찾을 수 없는 깊이있는 아름다움.

 

 

 

 

 

 

이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삶은 너무나 짧습니다. 즐기기에도 모자랄만큼이지요.

그러니 자기의 내면을 잘 살피며, 즐겁게 살아야해요. 그렇지 않나요?"

 

 

 

 

 

 

화면에서 타샤할머니는 사라지고..

그녀의 어린 가족들이 할머니와 함께 했듯이 양초를 만들고

인형극장을 다시 개설하고...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할머니를 흉내내고 닮아가며

할머니의 세월을 되살아갑니다.

 

 

 

타샤의 그림, '눈속의 로라'

로라는 손녀

 

 

 

아흔 어머니에게 큰아들은 묻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어떠냐고.

"나는 행복하고 지금이 좋단다, 더 바랄 것 없는 삶이지.

다만 무언가를 자꾸 잊는게 불편할 뿐이야."

 

 

타샤 튜더가 말하길 당신은 평생 75~80편의 책을 만들었고

그중에 세 편을 꼽을 수가 있답니다.

첫 작품 '호박달빛'과, '코기빌 페어', 그리고 '빛나는 계절'을..

 

 

나는 그녀의 삶 자체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책'이라

말하고 싶어요.

 

 

 

 

 

눈을 감고

그녀의 정원에 초대되었던 한시간 남짓될 시간을

떠올립니다.

 

열여섯 살때부터 사용해왔다는 삽으로 땅을 뒤지고 잡초를 뽑는 타샤할머니,

덕장에 생선말리는, 아니면 재래식 국수를 말리는 모습을 닮은 양초만들기 정경,

재래식틀로 사과즙을 짜는 모습, 맨발로 뜰을 걷는, 늙어 아름다운 여인,

사철의 변화를 짙게 느끼고 싶어 버몬트 산기슭에 터를 잡았다는 그 성정, 심성, 감수성.

 

내 귀엔

꼬끼오 수탉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눈에 가득 담겨 오는 꽃들의 웃음,

오동통한 엉덩이를 쉴새없이 실룩대며 꽃숲사이를 달리는

코기種 강아지 "매기"의 정다운 얼굴...(이 영화의 주인공은 매기.ㅎ)

지붕위의 공작비둘기들의 구구구 이야기소리....

 

내 마음밭을 훑는 버몬트의 가을빛이 곱습니다

 

올가을엔 볕바른 어느 정원에 앉아

타샤할머니의 이야기를 귓전에 다시 모으며

그녀와 함께 따끈한 커피를 마셔야겠습니다.

.

.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돕니다.

 

그녀의 삶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렇게 하고파서.

 

 

 

***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얼굴, 작은 딸.

꽃가꾸기를 좋아하고 메종에서 나무심고 그늘아래서 차마시고 싶어하는 작은딸.

그렇게 되어지기를 바라면서 그애를, 그애의 앞날을 많이도 떠올렸답니다.

 

그리고 흑림에서 숲집을 가꾸며 사시는 숲지기님,

하루하루가 타샤할머니 같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그녀의 삶 한귀퉁이에 도사리고 있을 타샤의 정원을 응원합니다.

 

 

이 영화를 엄마에게 선물한

내 아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이 아침, 창 밖엔

가을비가 고요롭게 내립니다.

읽는 이 모두에게

좋은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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