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고다쓰 안에서
시를 쓴다
'나 사실은'
이라고 한 줄 쓰고
눈물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귀뚜라미가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귀뚤귀뚤 귀뚜라미야
내일도 오렴
내일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
연하장
잘 있는 것
같으니까
뭐 됐어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아들이 보낸
연하장을 본다
새해 아침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나요
만나면 싸우는
부자였지만
그리웠던 거야
당신이
***
행래교(幸來橋)
더부살이하던 집에서 괴롭혀
행래교 옆에서
울고 있으면
친구가
힘내자,
웃으며 말해 주었지
졸졸 흐르는 냇물
푸르른 하늘 하얀 구름
행복이 찾아온다는 다리
상냥한 친구
힘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팔십 년 전의 나
***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하는 거야
꿈 또한 많아
구름도 타 보고 싶은걸
?
시바타 도요 님의 첫시집 <약해지지 마>
옮겨 적기를 마친다.
나이들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긍정적이고 담백한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겨울날 개여울에 나가앉아, 엷은 얼음장
밑을 흐르는 맑은 물을 보던, 내 어린 날의
기억 속을 걷는 기분이 드는 시 읽기였다.
함께 읽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 놓았다.ㅎ 곧 감추어 지겠지만.^^
***
사진 ;
파리 근교, 루앙강변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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