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족 여행, 파리 탈출 그리고 Covid-19

eunbee~ 2020. 4. 2. 21:01

 

생애 처음 아들과의 긴 여행.

한국에서 떠나던 1월 29일엔 벌써 '우한의 폐렴'은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에 있는 약국에 손세정제를 동나게

만든 상태였다. 마스크는 출국 이틀전 동네 약국에서 편하게

필요한만큼을 구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수퍼에서 구입한 손세정제는 공항행 리무진과 공항 내에서

사용하였으나 용기가 큰 관계로 검색대에서 도네이션~ㅋ

 

이렇게 아들과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서,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벗기도 하며 파리 드골 공항에 내렸다.

 

2월 4일, 가족 여행으로 안달루시아지방과 바르셀로나를

8일 동안,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비교적 편하게 여행하였다.

두 딸은 파리로 가고, 아들과 나는 프랑스 프로방스를 여행할

때에도 코로나는 우리의 여행길을 위협하지 않았다.

 

파리로 돌아와 나를 제외한 세 남매는 포르투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한국에서 날아온 며느리와 아들은 다시

안달루시아로, 포르투로...ㅎ 그들의 두 주의 행복한 여행,

며느리는 "언니~, 세상의 복을 다 받은 거 같은 여행이야."

라며, 카톡마다 행복에 넘치는 표정의 사진을 전송하였다.

2주가 지나고 3주째, 그애들은 예약된 니스행 비행기 티켓과

7일간의 BnB를 포기해야만 하게 될줄 누가 알았으랴.ㅠㅠ

 

프랑스의 Confinement 발령으로, 큰딸이 동생 내외를 긴급

소환해야만 했다. 포르투를 떠나며 아들의 아쉬움에 젖은 한마디

"아, 일주일만 더 허락하지."였다.

 

파리로 돌아온 아들네는 7일간 격리 하기로 하였고, 그들도

우리도 아무 증상없이 건강한 상태였다.

나중에 느끼게된 일이지만 그들은 Covid-19보다 한걸음씩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다는 긴박감이 뒤늦게 나를 아찔하게

하였다.

휴-~- 천운이다.ㅎㅎ

 

그리고 3월 26일

텅텅빈 드골공항, 모두 닫힌 면세점,

오직 한 군데 Replay만 열려 물 한 병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텅빈 도시와 텅빈 공항을 뒤로하고,

아들과 며느리에 얹혀 엄마도 파리를 탈출.ㅋ

꼼짝없이 단한번도 마스크를 벗지않고 수없이 손세정제를

문지르며, 인천공항에 도착.

2시간의 검역을 마치고 <검역 확인증>을 받아든 우리는

각각 택시에 실려 각자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스크 착용 18시간!!

와우~~

 

마스크를 벗어 밀봉, 쓰레기 봉투에 투척.

휴~ 시원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쳤던 모든 의상도 몽땅 소독을 위해

세탁기로 직행,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거운물과 비누질로

샤워 소독. 파리에서부터 준비한 알코올거즈팩을 열어

캐리어 겉을 말끔히 닦고, 짐을 풀고... 그러다보니 밤 아홉시.

허리를 펴고 침대 위에 누워 있으려니 뭔가 자꾸 허전해~

??????

아하~ 벗겨진 마스크!!

ㅎㅎㅎㅎ

적응의 여왕~

이불깃을 끌어당겨 입과 코까지 덮어 주니 그제사 편안함.ㅎ

 

이렇게 즐겁고, 황당하고, 아찔하고, 역사에 기록될

COVID-19의 추적을 물리치며 운 좋은 가족 여행을 마치고,

무사 귀환 하였더라는 전설.^^

 

이제와 생각하니

이건 천운.

바이러스를 피하는 묘법이 작용되었다는 듯이.

 

먼하늘에 계신 엄마, 아부지, 낭군님까지 꿈에 보이시더니,

조상님의 보살핌이렷다. ㅎㅎ

 

이 모든 것에 감사 할따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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