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달 담는 사람들

eunbee~ 2019. 9. 14. 17:51

 

한가위날 만월은 저녁 일곱 시 즈음부터

불곡산 등성이 너머에서 올라 오기 시작했다.

빼꼼할 때부터 달맞이 하던 나는, 달이 완전히

산마루를 딛고 떠오른 후 폰카에 담았다.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달 구경하다가 탄천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오~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

많은 사람들이 개여울에 놓여진 작은 인도교 위에서

달을 향해 모두 휴대폰을 들고 달을 담느라 열중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가지각색의 앵글로 달 담기에 골몰하는

정경은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마치 밤의 센느강 알마교에서 에펠탑을 찍고 있는 에뜨랑제의

설레이는 모습들 같았다. 빈손으로 나간 나는 괜시리 즐거워서

생글생글... 자꾸만 웃고만 있었다.

 

 

 

 

***

 

오늘은 오후 내내

보슬보슬 조용히 내리는 비,

비가 좋아 우산 들고 빗속 걷기.

 

오호~, 벌써 발그레 물드는 나뭇잎들.

성하의 열기 속에서 그리도 찬란하던 푸르름은

어느새, 어디로 갔을까.

계절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최고의 예술가, 나무!

 

가을비에 젖고 서 있는 회화나무 아래서, 나는

불과 한 달여 전 즈음의 흐드러진 흰꽃무리를

그리워 한다.

 

'산천초목은 아직 글자가 아니 된 시구라네.'

박제가는 <궁핍한 날의 벗>에서 그리 읊었다지.

 

"내 집 앞 튤립나무는

사시사철

시로 서 있다네."

-- eunbee --

 

 

가을이다,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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