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날 만월은 저녁 일곱 시 즈음부터
불곡산 등성이 너머에서 올라 오기 시작했다.
빼꼼할 때부터 달맞이 하던 나는, 달이 완전히
산마루를 딛고 떠오른 후 폰카에 담았다.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달 구경하다가 탄천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오~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
많은 사람들이 개여울에 놓여진 작은 인도교 위에서
달을 향해 모두 휴대폰을 들고 달을 담느라 열중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가지각색의 앵글로 달 담기에 골몰하는
정경은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마치 밤의 센느강 알마교에서 에펠탑을 찍고 있는 에뜨랑제의
설레이는 모습들 같았다. 빈손으로 나간 나는 괜시리 즐거워서
생글생글... 자꾸만 웃고만 있었다.
***
오늘은 오후 내내
보슬보슬 조용히 내리는 비,
비가 좋아 우산 들고 빗속 걷기.
오호~, 벌써 발그레 물드는 나뭇잎들.
성하의 열기 속에서 그리도 찬란하던 푸르름은
어느새, 어디로 갔을까.
계절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최고의 예술가, 나무!
가을비에 젖고 서 있는 회화나무 아래서, 나는
불과 한 달여 전 즈음의 흐드러진 흰꽃무리를
그리워 한다.
'산천초목은 아직 글자가 아니 된 시구라네.'
박제가는 <궁핍한 날의 벗>에서 그리 읊었다지.
"내 집 앞 튤립나무는
사시사철
시로 서 있다네."
-- eunbee --
가을이다,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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