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9월 중순 타넘기

eunbee~ 2019. 9. 19. 13:39

 

옷장에서 탁한 한숨 쉬고 있는 옷가지들을

햇살 아래,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웃게 해주고

개여울에 나와 앉아 여울소리에 단전 모았다.

햇살 맑은 오늘 아침 9시 이전의 얘기다.

 

 

***

 

 

동네 도서실 데크에서

책 읽다가 엊그제 안과의사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제가요~ 책을 130페이지 쯤 읽다가 촛점이 뒤엉켜

깜짝 놀랬어요. 왜 그럴까요?"

 

"ㅎㅎㅎ~ 130페이지를요? 나는 네 페이지만 읽어도 더는

읽을 수가 없어요."

 

"??? ... 닥터께선 안광이 지배를 철하도록 레이저를 쏘시나 봐요?"

 

"ㅎㅎㅎ~ 그런가요?"

 

더 할 수 있는 말은 집에 와서 혼자했다.

 

잘 했다.

 

근데... 그 의사는 내게 어찌하여 자신을 호칭하는데 "나는"

이라할까? 나는 "제가요~"했건만...

대부분의 의사는 거들먹거린다.ㅋㅋ

소소한 듯 결코 소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내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나의 질문에 의사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는 거다.

 

에잉~ 헛소리는 덮고. ㅎ

 

 

***

 

 

조금 전,

순해진 초록잎 너머 날세운 파아란 하늘을 보다가

아들에게 가을 편지 1신을 띄웠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니까... 올가을은 아들에게 쓰자.

 

추분을 시작으로 첫눈이 내릴 때까지.

비록 카톡 편지지만.

보다 수려하고^^ 많이 철학 담긴^^문장으로. ㅋㅋ

 

 

***

 

아직까지의 올가을 햇살과 공기와 하늘은 양호.

그러나

나보다 나이 적은 피붙이를 먼저 보낸 내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가득하다. 나는 이렇게 살아 있는데...

나보다 훨씬 젊은 동생이 먼저 떠난 일은

어찌 이리도 나를 부끄럽고 슬프게 하는 걸까.

 

절기는 어언 추분 언저리,

볕이 좋을 때.

좋은 햇살 가득한 초록 공간에서,

더 오래 살아 부끄러운 내가,

.......

땡볕 속 그날의 외로움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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