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장맛비

eunbee~ 2019. 7. 28. 16:22

기다리던 비가 드디어 왔다.

마른장마로 서걱거리더니 장대비와 천둥번개가 동시에 요란하다.

물구경을 가야지 벼르다가 탄천으로 나가니, 좀 늦었던가?

넘쳐난 물의 힘이 저지른 흔적이 수선스럽고,

이미 제 길을 찾은 물길은 유쾌하게 흐른다.

쓰러진 갈대며 휩쓸린 수양버들가지는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얕고 냄새나는 물에서 검은 잔등을 보이던 잉어들은

물만난 고기떼가 되어 꿈틀꿈틀 육감적인 영법으로

온개울을 휘젓는다. 그리도 신이 날까?

천변에 늘어선 로맨틱한 수양버들의 보드라운 자태는 한껏

낭만스럽고, 안개비 속에서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물에 잠겨,

부족함없는 여름냇가의 풍경화를 완성시키고 있다.

 

아, 장맛비에 씻기운 천변 풍경의 시원한 상큼함이여.

며칠을 더 안개비에 잠겨 그렇게들 있거라.

 

탄천의 여울소리에 귀기우리며 봉우리를 다듬는 불곡산도

엷은 구름을 산허리에 두르고, 싱그러워 넉넉해진 진초록품으로

수다스런 냇물을 껴안았다.

장대비에 흠뻑 취한 천변의 초록들은 펄펄 힘이 올랐고,

떠날 생각없는 물안개는 풀숲을 은구슬밭으로 만들었다.

 

간밤 새벽 2시 경, 산너머에선 마른번개가 치고

나는 잠이 아니오기에,

개울 건너편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위는 고요롭고,

숲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

저들도 잠못들고 있구나.

끊길듯 이어지는 애닲은 노래는

장마가 걷히길 기원하는 주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얼마나 귀한 여름 땡볕이던가.

 

장맛비

장대비

염불처럼 입에 올리던 내가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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