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피천득 님 시 두 편

eunbee~ 2019. 1. 14. 01:27

 

 

< 편 지 >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

 

 

< 축 복 >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가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가요

 

새들이 하늘을 날으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가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날으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가요

 

 

 

 

 

***

 

 

오늘, 오랜 친구에게 점심초대를 받았다.

천천히 산책 템포로 걸어가도 4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곳,

미세먼지가 걱정이긴 하지만 걷는다는 건 늘 즐겁다.

 

남의 집에 가면 책장은 왜 그리 살피는지.. ㅎ

1987년 8월 31일 범우사에서 초판 발행한 피천득 님의

문고판 조그맣고 얇은 시집을 찾아냈다.

 

새빨강 표지

 

값 1,000 원

 

사랑스럽기도 하여라.

 

위의 시 <편지>는 첫번째로 실렸고

<축복>은 두번째.

 

작은 것들을 순진하고 맑게

마치 어린 아이의 마음되어 노래하는 듯...

그래서 시인은 금아라 불리우길 바라셨을까.

 

***

 

 

와인 두어 잔에 흥이 올랐나 보다.

돌아 오는 길에 찍은 사진은

Felix Vallotton의 멋진 그림이 되었네.

사진도 취기에 젖어...ㅎㅎ

 

 

추신 ;

시 한 편 더...^^

차암 좋아서 첫눈에 들었던 시.

옮겨 적으면 한자(산야)를 못쓰니 찍어 올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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