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뤽상부르정원 산책

eunbee~ 2018. 8. 10. 19:09

 

 

 

 

 

 

 

 

 

 

 

 

 

 

 

 

 

 

오랜만의 여름 단비는 상드의 <편지>를 들고 왔던가.

문득 뤽상부르정원의 나뭇잎에 비듣는 소리가 그리웠다.

 

메트로역 뤽상부르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Rue de Medicis쪽의 에드몽 로스탕 입구로 들어서니

정원 관리인들은 젖은 낙엽을 모아 수레에 담기 바쁘다.

비 때문일까, 늘 붐비던 정원은 한가하다.

저만치 고요가 깃든 나무아래에서 오늘도 죠르주 상드는

우아하게 앉은 채 나그네를 반긴다.

 

파리지엥이 가장 선호한다는 정원 뤽상부르,

상드를, 스탕달을, 보들레르를.. 그리고 모파상을 만난다는 기쁨을 안고

숲 속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느리게 내리는 비처럼..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은 어느새 굵어지고 제법 쏟아지기도 한다.

비가 내려도 웬만해서는 우산을 받지않는 파리지엥이라지?

에뜨랑제 나도 우산이 없다.

비에 젖으며 그 느낌을 즐기는 한 그루 나무되어, 물기 머금은 꽃향기와 노닌다.

아, 황홀하다,라는 어휘는 이때 사용 되는 것.

 

적당히 알맞은 위치에서, 알맞은 자태로, 조화로운 색채로, 은은한 내음으로

천국의 노래를 잣는 꽃과 나무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원 한켠엔 모파상의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체스를 즐기는 남정네가 있고,

상드의 사랑보다 어여쁜 선남선녀의 미소와 몸짓이 너울거린다.

 

정원의 반을 걸었다. 남쪽 오솔길을 산책했으니 다음날의 기쁨을 위해

반절은 아껴두자. 이제 랭보의 <취한 배>가 개미처럼 떠가는 그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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