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겨울 산사에서

eunbee~ 2018. 1. 29. 13:07

 

 

 

 

멀리 바다가 내려다뵈는 산사의 초저녁빛은 아름다웁다.

영하 18도의 맹추위속에서도 절집의 고요는 품위를 지녔다.

동구밖(동문밖에 공양간이 있다)에 나가 저녁 공양을 마치고 성내로 들어와

미술관같은 아름다운 법당에서 저녁 예불을 올린다. 좌대에 앉은 아름다운 보살님의

미소를 닮아보려 미욱한 중생은... 잠시의 간절함에 기대어 합장을 풀지 못한다.

 

저녁 아홉 시, 소등시간,

저잣거리의 이시각은 많은 것들이 더더욱 휘황해질 때, 절집에선

고요로움이  더 보태어지고 적막 속에 잠을 불러들여야 한다.

지글지글 끓는 구들을 등지고 누워 구만리를 헤맨다.

茶談시간에 들려주신 스님의 法喜, 12緣起, 利他行... 삶, 한살이...

환망공상에 사로잡힌 우매한 중생은 쓰잘데기없는 백일몽을 한가득 섞는다.

그것이 내것이여.ㅎㅎㅎ

 

 

 

 

 

 

동행한 오랜친구는 가볍게 코를 골더니 단잠에 든지 오래된 시각.

나는 이불 속에서 살며시 폰을 열어본다. 어느새 새벽 2시를 훌쩍 넘겼네. 오마나~.

에잇, 끝없고 결론없는 공상에서 벗어나 作名 숙제나 하자.ㅋ

먼나라 라인강변 아름다운 숲속에 살고 있는 브라운빛깔의 강아지를 위한 이름짓기.

별별 오만이름을 입에 올려보고 불러보고 오물거려보고.. 그 옛날 나 어릴적 우리집 강아지 이름까지

모두 소환해 본다. 메리, 바비, 루디... 아니지, 그애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내 느낌을 살려보자!^^

물을 마시고 싶어서 컵에 발을 올리고 입을 길게 내민 모습, 그 때 그애는 물을 '무~무~'라고

발음했을 것 같아. 그리고 그애는 엄마를 부를 때도 무~무~라고 할 것 같아.

그래, '무무'라고 이름짓자. 흑림 속 뭄멜제 아름다운 호수도 그애가 부르면 뭄~이 될 것 같잖아? ㅋ

뭄멜제옆 아름다운 마을 예쁜집에 사는 숲지기님의 강아지를 위해, 산사의 깊은 겨울밤 지새우며

이렇게 작명했더란다. ㅎㅎ

"무무"

작명을 하고 보니

담이도 그렇고 무무도 그렇고, 어째 그들 이름에서

연기 냄새가 난다. 아니? 안개냄새라고 해야하나?

뽀얗게 맴도는 연기냄새...ㅎ

 

[  http://blog.daum.net/immersommer/293

 

그 애도 숲지기님께서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작명품^^이 합격이었으면 영광이겠다. ]

 

 

 

 

 

한 시간쯤이나 살콤 잠들었을까?

도량석 목탁소리가 머리맡에서 잠을 깨운다.

서둘러 의관^^갖추고 댓돌 위 신발을 신는다.

오마나~ 신발이 얼었어.ㅠㅠ

 

처마끝에 매달린 영롱한 북두칠성, 새벽 4시 20분의 북두칠성은 처마끝에 머물러 있다.

하늘엔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별, 별, 별... 별들. 아, 얼마만에 만나는 별이 빛나는 하늘그림인가.

새벽 예불시간, 정성모아 절을 올렸다.

무릎 때문에 올릴 생각 버리고 있던 절집에서의 절.

 

이렇게 천연무릎^^으로 절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모든것이 마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새벽 예불, 저녁 예불..

내 마음 속 기도문은 "예 있음에 감사하며,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생이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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