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 위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
사진 :
탄천변에서, 오늘
가을이랜다.
예제서들 자꾸만
가을이랜다.
.
.
개울건너 마트가는 길에서
은행알이, 대추가...뒹굴더라구요. 벌써.
한참이나 투명해진 바람을 안은 부용화의
엷은 웃음은 왜 그리도 서럽던지요.
저걸 어째.
너무 이른 단풍은, 또
어쩌라구 저리도 서두른대요?
간밤도, 이밤도
한껏 영근달빛 아래 풀벌레까지...
모두들 가을이라고
보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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