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편지 - 헤르만 헤세

eunbee~ 2017. 9. 4. 22:31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 위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

 

사진 :

탄천변에서, 오늘

 

 

 

가을이랜다.

예제서들 자꾸만

가을이랜다.

.

.

 

개울건너 마트가는 길에서

은행알이, 대추가...뒹굴더라구요. 벌써.

한참이나 투명해진 바람을 안은 부용화의

엷은 웃음은 왜 그리도 서럽던지요.

 

저걸 어째.

너무 이른 단풍은, 또

어쩌라구 저리도 서두른대요?

 

간밤도, 이밤도

한껏 영근달빛 아래 풀벌레까지...

 

모두들 가을이라고

보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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