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거미 - 김수영

eunbee~ 2017. 8. 26. 05:51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

 

내 서러움은

아직도 바라는 것이 있어서일까.

으스러진 설움이 서러운 겐가.

 

시를 읽는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어제, 김수영과 신동엽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였다.

 

 

'처서'라는 절기가 그들의 퇴각 신호였나 보다.

이맘때 쯤이면 맹렬히 울던 매아미들,

흔적없이 잠잠하다.

한 살이를 고렇게만 살고 갔구나.

동녘 밝아 오는데, 그 흔한 까치소리 조차 없다니.

고요로운 아침이 유난스레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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