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eunbee~ 2016. 10. 31. 05:57

 

 

< 그 적막한 바닷가 >

 

송 수 권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

 

 

백파는 먼 대양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화진포 모랫벌 위에

바스스 부려놓는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라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마음이 마음대로 되던가.

 

또 하루를

바다에 묻다.

 

.

.

 

다시 새벽.

침소 세겹문은 머리맡으로 흐르는 폭포소리를

내 귀에 닿지 못하게 막는군.ㅉㅉ

 

06시 아침공양,

먹는 일도 도닦는 일이 되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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