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스산하여 길을 나선다.
이른 아침, 새떼들 줄지어 날아
안개비 속으로 멀어져 가고,
산허리를 감싸안은 구름은 춘몽취중.
해남 대흥사 스리슬쩍 스치고
절집 턱밑 유선관에서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섞는다.
해질녘 당도한
토말 달마산자락 미황사
공양간 앳된 사미스님의
삭발로 웃어주시는 환대조차 애처럽다.
고요로운 절집, 밤은 깊어가고,
앳된 스님의 인례연습일까
대웅전 목탁소리는 절룩절룩 엇박자...
그 또한 서럽다.
내 안고 온 시름은
어디에 부려놓을꼬.
***
우리 침소 머리맡에서 시작하시는 도량석에..
웃었다.
개구장이... 귀여운... 사미스님의 마음이
읽힌다.
땅끝마을에서 풍경소리 귓전에 모으며
바다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