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땅끝마을 절집에서

eunbee~ 2017. 2. 6. 09:57

 

 

 

 

 

마음 스산하여 길을 나선다.

 

이른 아침, 새떼들 줄지어 날아

안개비 속으로 멀어져 가고,

산허리를 감싸안은 구름은 춘몽취중.

 

해남 대흥사 스리슬쩍 스치고

절집 턱밑 유선관에서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섞는다.

 

해질녘 당도한

토말 달마산자락 미황사

공양간 앳된 사미스님의

삭발로 웃어주시는 환대조차 애처럽다.

 

고요로운 절집, 밤은 깊어가고,

앳된 스님의 인례연습일까

대웅전 목탁소리는 절룩절룩 엇박자...

그 또한 서럽다.

 

내 안고 온 시름은

어디에 부려놓을꼬.

 

***

 

우리 침소 머리맡에서 시작하시는 도량석에..

웃었다.

개구장이... 귀여운... 사미스님의 마음이

읽힌다.

땅끝마을에서 풍경소리 귓전에 모으며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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