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봄빛 속에서 우리는...

eunbee~ 2016. 4. 25. 22:01

 

4월 20일


쏘공원 노천카페에 앉아 두어 시간 책 읽었어요.

앞에 놓인 빈의자에 다리 걸치고...

독일 할머니에게라면 당장 한말씀 들었을텐데 이곳 사람들은 자기들도 그리해요.ㅎㅎ

그러니 마음편하게 다리 쭈욱 벋고...


 

독서 삼매에서 헤어나와

꽃구경 했지요. 이곳에 앉아(옆에 돌벤치 있어요) 책 읽으려다가 돌덩이의 차거움이 싫어서 카페로...

그러나 꽃향기에 취하며 독서하는 것도 즐거울 거예요.

요즘 쏘공원의 꽃내음, 죽여 줘요.ㅎ



 

4월 21일


은비랑 죠깅 나갔어요.

물론 은비는 뛰고(살금살금 뛰어요.ㅋ) 

나는 사진기와 폰카를 번갈아가며 마구 누르고 있다우. 이렇게... 흐리무리 폰카 작품 되시겠습니다.ㅎ



 

숲길도 뛰고요.

티티새... 이름 모를 새... 까그메...

그애들은 맑은 노래로 은비 응원하고 있어요.ㅋㅋ

삼천만년만의 죠깅이거든요.


"할머니, 인생에 처음이지?"

은비가 그렇게 말했어요.ㅎㅎㅎ



 

도합 5분이나 뛰었을까.

그만 뛰어야겠다네요.

힘들대요.ㅠㅠ


다람쥐 한 녀석이 땅으로 내려왔다가 까마귀 두 마리에게 공격당하고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다람쥐 찾아 은비는 열심히 셔터를....



 

4월 21일, 같은 날 오후엔 공부하러 나갔어요.

나는 뒹굴거리며 언젯적부터 읽고 있는지 며칠? 아니 몇주?를 손에 들고 다니는 책을 안고

하늘을 가리다가 사진을 찍다가 사람 구경을 하다가....


은비는 열공모드~

고 3 이잖아요.ㅋ



 

 

4월 22일


은비랑 버스타고 아주 커어어어어다란 화원을 찾아 갑니다.

버스티켓을 두 장 샀는데, 은비는 한장만 사용해요. 왜 그러냐니까 "학생은 모두 그냥 타~" 이런..이런..


은비 "내가 학교에서 집에 올 때 버스가 오기에 얼른 탔지. 기사아저씨가 쳐다보는 거야..'너 왜 티켓 안넣어?' 그런 눈으로.

그래서 나도 그 아저씨 쳐다봤어 '난 한 정거장에서 내려요~' 이런 눈으로..."


화원에 가서 꽃 사고 거름흙 사고 돌아오는 길에 또 한장을 티켓팅하며

자리에 와앉아 하는 말 "저 아저씨가 '참 착하네~'그런 눈으로 봐. 모두 티켓 안내고 그냥 타는데... 내가 내니까 그러는 거야."ㅎㅎㅎ

여기는 버스승차시 승객도 운전자도 티켓에는 별로 관심이 없나 봐요.



 

화원 가는 길

버스 한번 갈아타야하는데 우린 걷기로 했걸랑요.

15분쯤 걸으면 된다기에 내가 걷자했어요.

난 걷는게 타는 것보다 좋걸랑~ ㅎㅎ


 

10킬로짜리 거름흙과 꽃화분 세 개 사들고 왔어요.

꽃은 은비가, 거름흙은 내가. 낑낑~ 또 낑낑~

이번엔 버스도 두 번 타고...



 

4월 23일


이 동네에서 마로니에꽃을 처음 본 날이에요.

마로니에나무는 잎을 일찍 피우고 가을이 되면 다시 일찍 떨구어요.

마로니에 계절이 온 거예요.

그건 우리 큰따님의 알러지가 시작되어서 엣취~ 훌쩍~을 달고 살기 시작하게 된다는 말이지요.ㅠㅠ



 

쏘공원 그랑샤토 옆엔 오랑주리가 있어요.

그 오랑주리 뒤엔 요런 작은 정원이 있거든요.

거기엔 철마다 고급스런 꽃정원을 만들어 둔다우.

나는 이곳을 매우 좋아해요.


저 보랏빛, 정말 눈부시게 찬란한 형광보랏빛이거든요. 사진에는 영~ 아니올시다지만요.

눈부셔요. 어찌나 아름다운지 바라보고 있으면 취해요. 몽롱롱~하면서 정신이 아득아득 해지기도 한다우.



 

 

4월 24일


비 오고, 바람 불고,

또 바람 불고... 맨날 바람은 불어요.

봄 바 람


보슬비도 찍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도 찍고

대기에 가득한 꽃향기도 찍었으나

전혀~ 보이질 않네요.



 

쏘공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나무랍니다.

내일이나 모레쯤 나가면 화알짝 폈을 테지요.




4월 25일


바로 오늘 아침 

바게뜨 사러 빵집들러 오는 길,, 나무 이발사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자란 머리카락을 저렇게

가지런히 자르고 있더라구요. 나는 1984년도에 파리에 와서 가장 신기한 것이 

'네모 반듯한 나무'들이 주루룩 줄맞추어 서있는 광경이었어요. 

파리의 마로니에 가로수숲이 네모나서 어찌나 신기하던지...

너무도 놀랍고 신기해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던 네모진 나무들, 

이젠 당연함으로 눈에 익숙해졌답니다.



봄*바*람에 

꽃 피고, 꽃 지는, 사월도 저물고 있어요.

.

.


아름다운 봄

꽃 피는 계절..

꽃 지는 시절..

아름답게 보내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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