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5월 1일엔 은방울꽃을

eunbee~ 2016. 5. 2. 22:30

 

5월 첫째날

프랑스에서는 거리마다 골목마다 상점들마다에

하얀 은방울을 조로롱~ 매단 뮈게Muguet가 귀여웁게 웃으며

자기를 안고 갈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우.

노동절이거든요.

그러나 노동자만이 받을 수 있는 뮈게가 아녜요.

서로서로 주고 받아요. 성인이면 모두 이런저런 일을 하니 그럴까요?


그러나 은비네집에선 아무도 뮈게 같은 거에 신경 안써요.

그래서 은방울꽃 대신 5월 1일 빛나는 태양 아래 피어난 

마로니에꽃이나 찍어두었어요. 내가 내게 주는 선물로.ㅋ

오랜만의 찬란한 햇빛도 선물이네요.



 

 

작은 마을 Sceaux 중심거리에

뮈게를 파는 가판대는 내가 본 것만도 100미터도 아니되는 거리에 4군데나 있었답니다.

저 웃는 총각은 꽃집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군요. 

그리고 세 모녀인 듯한 어여쁜 여인들, 연인인 듯한 커플, 그리고 가죽점퍼를 입은 아랍계 남자

모두들 뮈게를 올려 둔 가판대에서 은방울꽃들처럼 웃고 있었어요.



 

이 사진은 'PARIS, MON AMOUR'라는 사진집에서 가져온 거예요.

1950년 5월 1일 알레시아 광장(위)에서의 뮈게를 파는 모습과 

1968년 5월 1일 이탈리 광장(아래)의 뮈게파는 소년이네요.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노동절날의 뮈게, 아름다운 관습이지요?


 

 

은비네는 아무도 관심없는 뮈게 대신 목동의 별 집에서 빵이나 샀더랍니다.ㅋ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노동절날이라고 빵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왔네요.


 

 

무화과가 들어있는 염소치즈 두 덩이도 샀구요.

아침 시장 어물전에서 정어리도 샀어요.

은비엄마는 은방울꽃이 예쁘지 않대요. 

그래서 은방울꽃 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치즈로 선물을 대신했어요.

왜 그들은 기념일을 이벤트 없이 지나갈까요.

그러면 인생살이가 심심하잖아요. 에잉~



 

저녁엔 

황혼 깃드는 먼 하늘 보려고 산책 나갔답니다. 

황혼이 잦아들고 곧 몰려오는 푸른저녁의 그 깊은 푸르름의 몽환도 놓칠수 없지요.


꽃내음도 

저녁답이 더 깊어요.

꽃내음, 초록잎내음... 축축해지기 시작하는 대기에 배어드는 온갖 냄새들을

심호흡하며 푸른저녁에 잠겨드는 시간은 얼마나 황홀하던가요.


(저녁 8시 50분부터 9시 10분 경까지 찍은 사진들이에요.

9시 반이 지나자 깊고 푸르게 바뀌어가는 푸른저녁에 잠겨있다가 

10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2016년 5월 1일은

이렇게 보냈어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결정된다."

"행복해 지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한 Annie Dillard 할머니의 말씀을 다시 새깁니다.

그녀의 말이 '내 말'이거든요.ㅎㅎㅎ



'파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무길 2번지에는  (0) 2017.03.30
벤죠를 울려라~  (0) 2016.05.18
사진 놀이  (0) 2016.05.01
봄빛 속에서 우리는...  (0) 2016.04.25
은비의 봄맞이  (0) 201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