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Camille Claudel 1915

eunbee~ 2013. 11. 17. 01:00

 

까미유 끌로델 1915

(2013)

프랑스

감독 : 브루노 뒤몽

출연 : 줄리엣 비노쉬, 장 뤽 뱅상

 

POSTER

 

 

까미유 끌로델. 프랑스 조각가

1864년 빌뇌브에서 태어나 1943년 남불 몽드베르그 정신병원서 죽다.

로댕의 연인이었으며 제자.

 

15년 동안 로댕과 연인사이로 지내다가 로댕이 결혼을 원치않아 1895년에 헤어졌다,

더구나 1913년에는 아버지마져 돌아가시게 되어 정신적인 불안정에 휩싸이게 된다.

과대망상과 피해의식(로댕과 그의 측근에 대해 특히 심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에 젖어

파리에서 10년동안이나 은둔 생활을 하던 중 가족들에 의해 아비뇽 근처 몽드베르그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생활하게 된다.

 

 

STILLCUT

 

 

영화는 1915년 몽드베르그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약 1주일 쯤?의 매우 짧은 기간 동안)을 그린 것.

별다른 스토리나 사건이 없는, 그냥 보고 있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까미유와 함께 생활하는 정신지체부자유인들의 일상 생활의 모습들.

들려오는 소리는 그들이 내는 발자국소리,

어쩌다 잠깐 울린 종소리, 

은은하게 들려오는 벌 한 마리의 잉잉대는 소리,

산등성이에서의 바람소리, 음식을 먹을 때 달그락 거리거나 숟가락 두드리는 소리. 정신병자의 괴성..

일체의 그 어떤 음향도 끼어들지 않으며, 배경음악 또한 완전 배제된 적막하고 고요로운.

 

 

STILLCUT

 

 

그러나 영화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플랑드르 화가가 그린 그림에서 느끼는 분위기의 색감, 구도,

은회색빛의 차분한 화려함을 배경으로 한 검은색 의상의 조화.

은회색 건물로 쏟아져 들어오는 프로방스의 맑은 햇살..

최고의 미장센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로 만들어 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Arte France Cinéma가 제작에 참여했더군^^ 신뢰만땅~ㅎ)

 

영화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온통 은회색과 검은색의 앙상블로 이루어진 한폭 한폭의 그림이다.

정지화면이 수없이 반복되고, 음소거 상태의 고요로움이 그 색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자기를 이런 곳에 유배시켜둔 부모형제를 원망하고 그리워하는 까미유는,

햇빛이 내려앉은 나뭇가지를, 바람이 불어오는 먼 푸른 하늘을, 미동도 없이 앉아 바라본다.

창문 커튼에 머문 햇빛. 창문을 넘어와 카펫에 내려앉은 햇빛, 벽에 드리워진 햇빛...

까미유는 빛과 사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그 장면은 정지상태의 롱테이크 쇼트로, 

보는 이를 숨죽이게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 컷 한 컷은 프레임에 넣어둔 그림, 그림이되어 정지해 있다.

 

 

 

 

폴 끌로델(남동생, 글쓰는 작가)이 어느날 찾아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지만...

까미유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청을 거절하는

남동생의 싸늘한 말과 표정은 섬뜩하다. 성직자와 나누던,랭보를 거론하던 입, 깊은 신앙인임을 자처하는 입, 작가이기도 한 인물.

그러나 그가 지니고 있는 조건들과는 달리 그 냉혹하고 차디찬 말과 표정과 생각들이라니..

 

이 영화는 까미유와 남동생 폴이 교환한 서신과 정신병원의 기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자막으로 설명한다.

까미유는 이후 29년이나 더 이곳에서 살다가 79세에 죽게 된다.

폴은 까미유가 죽기 직전까지 면회를 왔으나, 장례식에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1943년 10월 19일 집단 매장으로 무덤조차 없는 까미유.

 

폴은 말한다. "예술은 대단한 정신적인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상상력과 감수성은 마음의 균형을 깨뜨리기 쉽지요.

까미유는 정신병자가 아니라 특별한 예술가입니다." (대강..이런 내용ㅋㅋ)

 

 

 

 

 

**

 

- 강추의 辯 -

 

영화 [까미유 끌로델 1915]에는

까미유가 몇 번 절규하듯 우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슬프고 암담하고 처절하게 그린 것이 아닙니다. 더더구나 그의 일생을 그린 것도 아니지요.

물론 까미유의 이곳 생활이 모든것으로 부터 단절된 생활이니(작품활동, 서신왕래 등등)

까미유가 못견뎌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무시로 분출되고 분노로 들어나지만요.

 

은회색빛 건물과 검은 의상의 조화, 맑고 푸르게 드리우는 빛, 빛을 좇는 까미유의 시선,

음향이 배제된 고요로움, 적요. 프레임에 넣은 플랑드르 화가의 그림같은 쇼트들...

오랜 시간 정지되어있는 화면들의 정물화 같은 구도.

그런것이 가져오는 아름다움을 보게 되는 영화랍니다.

 

어수선하거나 쓸쓸함에 겨운 영혼은 까미유를 찾아 아비뇽 근교 몽드베르그를 찾아 가세요.

이 계절에 보기 딱 좋은 색채의 영화예요. 내용 또한 그러하고요.

까미유의 조용하고 섬세하고 때로는 날카로움과 그리움이 섞인 시선을 좇아 빛의 속삭임을 듣고,

담채색들이 어떻게 앙상블을 이루는지를 보고 오세요. 강추합니다.

 

나는 타인의 불행한 영혼을 그린 영화를 보며, 내 영혼이 잠시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답니다.

이 영화의 미장센, 그것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 충분합니다. 매우 아름다운 회화적인 영화. 

한 번 더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