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파리넬리

eunbee~ 2013. 11. 10. 16:53

 

Farinelli : Il Castrato(1994) 프랑스 벨기에 이태리

감독 : 제라르 코르비오

출연 :스테파노 디오니시, 엔리코 로베르소, 엘자 질버스타인,예로엔 크라베

 

 

 

비 내리는 가을 주말, 영화를 뒤적였다우. 귀도 눈도 호사스러울 수 있는 것을 찾아 내기 위해.

파리넬리. 개봉당시 본 영화지만, 이렇게 우중충한 날에 다시 보기엔 안성맞춤.

아름다운 음악, 시종일관 화려하기 그지없는 의상, 무대, 화면가득 넘치는 로코코의 아름다움.

대만족이었어요. 탁월한 선택을 자축하며 와인 한잔. 우유 한잔, 커피 한잔을 골고루 마셔주며 토요일 오후를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고급스럽고 화려한지 울울한 마음 달래기엔 최고.

 

 

 

 

영화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castrato(거세가수)였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예요.

사춘기 이전에 거세를 하여, 높은 음역을 낼 수 있던 카스트라토의 등장은, 16~17세기 교회 성가대에서

여자는 노래할 수 없었음은 물론 오라토리오에서도 여자가 등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이태리 남부 지방에서 특히 많이 배출되었으며, 가난한 집안의 부모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기의 어린 아들을

카스트라토로 만들기를 원했답니다. 수만명의 카스트라토가 양산되었으나, 성공한 사람은 겨우 1%정도.

 

이 영화로 카스트라토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으며,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Rinaldo의 아리아 '울게하소서' 또한 

대중에게 더욱 친숙해진 계기가 아니었을까,나는 생각합니다.

영화에서의 파리넬리 목소리는 카운터 테너와 소프라노의 두 목소리를 합성으로 만들어낸 기계음을

주연배우의 기막힌 립싱크로 만들어졌다네요. 놀라워~ ^^

 

영화는, 귀에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시달리는 파리넬리의 괴로운 표정에 이어

소년들이 노래하고 있는 장소의 높은 난간에서 벌거벗은 청년이 거세당한 부위를 움켜쥐고 바닥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우.

거세당한 남자가 카스트라토로서 성공을 하지 못하면 절망 속에서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인 것이니.

 

실제로 많은 카스트라토의 운명은 그렇게 절망 속에서 살다가 자살의 길을 택했다죠.

영화 말미에 헨델은 파리넬리에게 말하지요. "너의 노래는 자연을 거슬르는 사기이며, 여자들이나 꼬셔내고

눈물이나 흘리게 하는 것일 뿐이다"라는... 정말 그 뿐일까요? 파리넬리는 진정한 음악을 하고 싶은 음악가였습니다.

 

 

 

 

영화의 화면은 18세기의 화려함을 모두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건물, 집기들, 호화로운 식탁, 아름다움이 넘쳐 사치스러움의 극치를 이루는 의상,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무대.

 

거기에 보태어진 말들이 등장하는 장면들, 내겐 금상첨화였다우.ㅋㅋ

자주 삽입되는 말발굽 소리, 말꼬리가 휘날리는 것을 크로즈업 시킨 몽환적인 말꼬리 휘날리는 장면.ㅋ

파리넬리의 꿈과 환청이지요. 자기의 거세 원인을 낙마에 의한 것인줄 알고 있거든요.

 

 

 

 

장소의 이동이나 중요한 사건의 발단에는 항상 말이 등장합니다.

내게는 이런 설정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어요.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라는 단어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죠. 자기 운명에 대한 거역반응입니다.

그러나 헨델이 사기라고 말하는, 자신이 그리도 불쾌하고 심한 반응을 보이는 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는

독서 외엔 안중에 아무것도 없던 백작부인이 이런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난 신념이 있었어요.파리넬리 씨. 정신에 필요한 모든 건 독서로 채울 수 있다는 신념이요.

예술을 통해 깨우친 감정들은 내 최고의 능력인 지성에 호소했죠. 그런 감정은 통제가 가능했어요.

하지만 어제 노랠 듣고 느낀 감정은 지성으로 소화해낼 수 없었죠. 어제 당신은 음악으로 나를 절정에

이르게 했지요."

 

백작부인은 파리넬리의 노래에 열중하더니, 눈물까지 흘렸고, 목걸이까지 선물했더라는...ㅋ

그 시대의 귀족 부인들이란 참으로....

 

 

 

 

마지막 리카르도(형)가 혼자 떠날 때도 말을 타고 산을 달립니다.

자기 동생 카를로(파리넬리)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기의 아기를 잉태시키고....

리카르도와 카를로는 둘이면서도 하나로 살아왔지요.

음악이라는 매개로 묶여, 연인처럼, 거역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서로의 운명으로.

 

 

 

 

 이 남자, 스테파노 디오니시.

잘 생겼고,^^

이영화에서의 연기 빼어났습니다.

광기어린, 때로는 서정적인, 자주 섹시해지는, 눈빛,

사실적인 립싱크의 입과 혀의 움직임.

저 때의 표정과 눈빛이 좋아 스틸로 담아왔습니다. 내가...하핫

 

아참, 잊었네요. 이 영화에 등장되는 금환일식 장면. 일식 음산한 풍경 속에서 부르는 파리넬리의 노래.

멋진 그 어떤 몽환을 담아냅니다.

 

어느해, 개기일식이 진행되던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는 내큰딸은, 일식이나 오로라나..자연이, 우주가

만들어 내는 경이로움을 찾아 그 어디든 가고 싶어진다고 말했지요. 상상할 수 없던, 장엄하고 경이로운

광경이라고 해요. 평생에 단 한 번을 만났더라도 그것은 최고의 축복이라고 하던걸요.

 

 

<바람아,회오리바람아>.  <울게 하소서>

 

이 영화에서 헨델은 내가 알고 있던 범주 너머의 인물로 다가왔습니다. 이면을 본 것처럼..

리카르도는 헨델에게 고백합니다. 카를로의 거세는 낙마로 인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아편을 이용해

거세한 것이라고....  그것을 알게 된 이후의 헨델.

영화 '아마데우스'의 어떤 이미지와 느낌이 내게 스며들기도 하던걸요.

 

동영상에 뜨는 장면과 대사 내용은, 헨델이 카를로에게 형 리카르도가 동생에게 거세를 시켜

형제의 음악적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이용하고 재능을 빨아먹었노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 끝 대사,"덕분에 난 너처럼 변했지.네가 도려낸 거야, 내 상상력을. 이제 다시는 오페라를 쓰지 않을거야.

모두 네 탓이니까.  하느님께 힘을 달라고 빌게나. 훔쳐간 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힘을!! 파리넬리."

 

아, 아무리 극본으로 엮어 만들어진 영화라지만, 인간이란,

아니, 한 위대한 음악가의 집념의 소산이었을까?

 

이제 리카르도의 악보는 벙어리가 되고, 헨델의 오페라는 날개를 답니다.

헨델은 자신이 경멸하면서도 탐내던 파리넬리가 자신의 오페라 리날도의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들으며

혼절 하지요.ㅋ 음악은 음악을 알아 봤습니다. 이미 알아보고 있었습죠. ㅎ

명장과 명기의 합일. 우헤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세 곡을 부르게 되는데, 동영상 빌려다 두었으니 감상하세요.

 

Rinaldo 중 cara sposa, venti turbini, lascia ch'lo pianga

 

<사랑하는 신부여>

 

***

 

 

 

 

<울게 하소서>. 저 노래는 내아들이 좋아하는 곡입니다.

파리의 어느 작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아들을 위해, 신랑신부입퇴장 곡으로 큰딸(마리아)이 선택했던 음악.

웨딩 때에는 웨딩마치만이 고집하는 고정관념을 우리가족들은 보기좋게 내동댕이쳤더랍니다.ㅋㅋ

 

내친김에 아드님이 좋아하는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도 올려둡니다.

내 아드님 스테파노는 이노래들을 들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무언가를 꿈꾸게 된답니다.ㅎ

또 다른 비상을 꿈꾸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아들을 응원하며!! 그의 꿈을 기도하며!!

.

.

 

아, 아베마리아를 듣자니, 파리 노트르담 성당엘 가고 싶어지네요.

산책이나 나가서 기우는 가을볕이나 배웅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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