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우주쇼

eunbee~ 2012. 7. 6. 01:49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가는 길에 내집 주변에 피어있는 꽃을 담았다.

이런 꽃들은 언제나 어린날의 고향집 앞마당의 꽃밭을 추억하게 한다.

 

비오는 날이면 동네를 돌며 꽃모종 얻어와서 꽃밭에 심던 언니의 모습을 그립게 하기도 한다.

마당가에 줄맞춰서 나란히 심어두던 채송화가 이동네 화단에서는 보이지 않아 조금은 섭섭하다.

 

 

 

 

분꽃이 피면 저녁밥을 짓기 시작해야 한다던 언니 이야기가 궁금하다.

시계도 있는데 왜 분꽃이 활짝피면 저녁밥을 하기 시작하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궁금한 일이다.

 

분꽃은 해가 뉘엿해지면 피는가? 그 이야기가 내게는 인디언의 달력처럼 재미있다

작은 밤나무의 달 10월, 큰 바람의 달 11월,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2월, 무소유의 달 13월....

요즘 내손에 들려져 있는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체로키족의 이야기처럼 따스하고 즐거운 이야기다.

 

분꽃이 화르르 웃기시작하면 저녁밥을 짓다니....*^_^* 참으로 예쁜이야기를 내언니는 나에게 들려주었구나.

분꽃을 보면 늘 그이야기가 떠오르니...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내가 행복하다.

 

 

 

밤 열두시가 가까워진 시각

우주쇼가 시작되었다.

번쩍!! 한참 후에 우르르~쾅쾅!

쏟아지는 섬광에 전등을 끄고 티비도 끄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내 눈앞에서 번개가 번쩍거리고 천둥이 울어댄다.

어린날엔 그토록 무섭던 천둥번개가 언제부터인가 반갑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즐겁다니...

 

비는 억수처럼 쏟아진다. 번개는 잠시도 쉬지않고 번쩍거리며, 따라서 천둥소리는 더욱 우렁차다.

번개랑 천둥이랑 동시다발로 쇼를 한다. 강마을에서 보았던 번개가 강물위로 내리꽂히던 광경도 떠오른다.

뇌성벽력이며 빗줄기 소리가 촌각을 쉬지않고 천지를 휘두른다.

캄캄한 밤중에 벌어지는 우주쇼는 무려 한시간을 쉴새없이 이어졌다.

장관이다.

 

 

 

때가 되니 번개도 천둥도 산을 넘는다.

이제 내머리 위는 조용해지고,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간단없이 번개가 번쩍거린다. 순하고 조용하게...

비도 잦아 들었다. 이렇게 우주쇼를 마치려나 보다. 번개도 산을 넘고 있는 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ㅎㅎ

 

우주쇼를 보면서, 노르웨이로 오로라를 보러 가자던 큰애 말을 떠올렸다.

오로라도 좋지만, 이렇게 천둥번개 요란한 날, 이광경을 보는 일도 참으로 좋은 볼거리라고

말해 주고 싶다. 멀리 가서 귀한 것만 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렇게 오늘처럼 요란스레

울어대는 우레와 번개도 볼만한 것이란 걸 느낄 수 있으면 삶이 풍요러워진다.

 

2012년 7월 6일 0시 무렵에 시작된 우주쇼는 1시를 넘어 끝났다.

지금, 잦아들던 빗소리가 다시 커지기 시작한다.

 

 

 

사진. 2012. 7. 5   비내리는 오후에

 

 

** 오늘(7월 6일) 저녁 뉴스를 들으니 수해를 당한 지역주민들과 농가피해가 많았다.

그분들의 수재복구가 신속히 이루어져 피해가 최소이기를 함께 기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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