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우중 완도

eunbee~ 2012. 5. 1. 15:03

 

 

 

섬이 이제는 섬이 아닌 곳.

그래서 섬이라는 낭만도, 저만치 건너다 보며 그리워하던

그리움의 간격도, 사라져버린 곳.

완도에 갔습니다.

 

 

 

비오고 바람부는 갯가에서 갯내음 맡으며 바람과 맞서보는 일도

여행의 맛을 한껏 돋아올렸답니다. 뻘밭은 또 어떻고요. 절벅절벅 걸어들어가 스르륵 뻘에 잠길 때

발에 닿는 미끈거리는 감촉을 느끼는 것 또한 별미였습니다.

 

 

바람과 비와 갯벌이 어우러져 갯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짭짜롬하고 비릿한 갯내음이 바람속에서 노래가 되어 날으는 풍경.

수선스럽던 바닷가의 모든 것들이 우중에 누워 휴식합니다.

 

 

 

 

 

 

육지와 만난 섬이 또다른 작은섬을 섬에서 제명해 버렸답니다.

사람들은 어이해서 자꾸만 섬들의 손을 맞잡아 두는 것일까요. 섬이 섬인채로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요?

'섬'이라는 이름을 잃은 이섬들은 하많은 옛이야기를 함께 잃어가고 있을 거예요.

 

 

하루에 두 번씩 섬과 섬이 이어지던 바닷길 위에 다리를 놓아둔 인간들의 편리에

아련하게 건너다 보던 낭만스런 마음길은 끊겼네요.

 편리가 건조함을 가져온다는 것은 생각지 않는가 봐요.

 

 

 

 

구불구불 휜 강은 그렇게 두고,

길은 길이게 두며,

섬은 섬이게 두는 것을 이제라도 잊지말아야 겠습니다.

 

 

동백꽃 붉게 떨군 동백숲에서 길동무가 부릅니다.

비오는 날 바닷가 동백나무숲의 낙화는 정말 아름답군요.

 

 

꽃잎의 선홍빛깔이 비에 젖어 더 붉어졌다고 길동무는 '눈물처럼 지는'동백꽃을 보고 또 봅니다.

이제는 섬이 아닌 완도 바닷가 동백꽃도 서정주님의 동백못잖는 눈물이더이다.

 

 

완도항의 새벽이에요.

 

 

 

대문 안은 늘 궁금한 곳이지요. 누가 누구 누구랑 살까.  이집엔 늙은 어부가 살지도 몰라.

젊은 이들은 섬을 떠났을테니까.

 

길동무랑 나도 그날 아침 그렇게...

섬 아닌 섬 완도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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