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 머물 때, 언제나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친구.
바다가 보고싶다 했더니, 그날도 기꺼이...
파리에서 날아오면 항상 제일 첫번 째로 자기 휴대폰 숫자 찍으라고 칭얼대는(농담섞어 애교로)
묵직하고 두껍게 생겼어도 애교스런 친구. 이번에도 삐쳤다. 돌아온지 두 달후에 전화벨 울렸다고...ㅋㅋ
몇몇 친구중에 제일 쿨하고 매너좋은 사람이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그가 묵묵히 옆지기하려니 답답도 하렸다.
노래를 부른다. 먼 산타루치아...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동무생각...그리고 또...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에 멀리 떠나간 동무가 그리워져요...' 하는 노래들을.
이 노래들은 그와 내가 같은 음악선생님에게 배운 노래들이다.
귀뚜라미가..하는 동요를 부를 때면, 옛동무가 그리워 살짝 눈물도 흘린 적 있단다. 에구~덩치값도 못해.ㅋ
잘 부르네. 가사 한소절 까먹지않고 어쩜 저리도 잘 부른대...^*^
나는...속으로만 칭찬하고... 가만히 하늘만 본다. 바다만 본다. 갈매기들만 본다.
[노을과 바다]라는 바닷가 횟집에서 조개구이를 앞에 놓고 앉아
그제서야 이야기를 튼다. 답답했지? 아~니, 뭐... 바다 앞에서 노래부를 기회 줘서 고마웠지.
하하하~ 오래 묵은 친구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헤아린다. 그래서 좋다.
우리들 이야기라는 것이 참으로 겉돈다. 너무 뜸하게 만나니 대화의 맛이 익을 새가 없다.ㅠㅠ
그 만남도 십중팔구는 단체로 만나 떠들썩하다보니...
깊고 우직하고 솔직한 이 친구가 나이들어갈 수록 참으로 편하고 좋다.
그의 아내가 시샘할 한 낱의 감정도 사건도 없으니, 더욱 맑고 유쾌하고 떳떳해서 좋다.
그도 그렇게 생각할까...아닐까...그걸 모르니 더 좋다. 호홋
근데 말야~ 그 시시하게 블로그만 하지말고,(자기는 싸이월드래나 뭐래나 하드만) 책을 한 권 내봐.
시집을 한 권 내보던지. 그 왜, 학교 다닐 적에 가끔 상타러 교단에 올라서더구먼...
박완서님 만큼이라면 내가 세상사람이 다 말려도 책을 펴내지. 그런데 내 글은 그냥 수다인거 알잖수?
앞 뒤도 없고 핵심도 없고..늘 천방지축 이리저리 갈지자로 헤매면서...
뭐 학교 다닐 적에 누구나 시인 한번 안되본 사람없고, 글줄 한 줄 못써본 사람 없잖아.
그리고 내가 상탄 건, 국어선생님이 많이 고쳐준거야. 몰랐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그 게 아냐~
그렇다면...온 세상 떠 다니며,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거? 하하하
아니~ 춤을 한 번 근사하게 춰 보는 거.
제일 잘하던 것 쉽게 버렸다고 우리가 아까워 했었는데...뭐 다 늦게 이제서 철없는 애처럼
그런 소릴 한다누? 듣는 사람 짠해지게시리... 그런 맘 품고 있는 줄 몰랐네.
몰랐지 들?
나도 나를 몰랐다우.
그런데 바다 앞에 서면, 자꾸만 춤 추고 싶어져. 단 한 번의 멋들어진 춤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져. 그 건 너무 심한 욕심이겠지? 그냥 내 스스로를 놀래키고 싶은 걸거야.
그런 맘이 가장 차오를 때가 바다 앞이라는 게 참 묘해.
그래서 바다는 내게 원초적 생명감을 일으켜 세우는 대상이란 생각을 늘 해. 우린 왜 바다가 없는 곳에서 자랐을까.
바다 곁에서 자랐다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거야. 아마도...
........
........
불 위에 올려진 조개는 타거나 끓거나, 오래된 친구와 나는 창 밖 바다를 바라보고... 말이 끊겼다.
은빛 부서지며 해 기우는 바다는 나를 철없다 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 도닥여 주는 듯하다.
이제서야 그 꿈을 그토록 간절히 꾸는 게냐고...
술 잔 기우려, 끊긴 이야기를 다시 이어본다.
나는 말야~ 로 시작된 묵직하게 생긴 친구의 이야기가 나를 유쾌하게 한다.
뼛속까지 애국자인 그가 정계로 나갈까봐 염려하더라는 친구들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도 유쾌하게 웃는다.
우린 말야~ 세계 대통령 하나로 만족하고 있잖아. 우리가 세상을 자꾸 떠들썩하게 하면
우리 동창들 노후의 편안한 수명에 지장 초래해서 말야~
그의 이야기는 늘 이렇게 힘차고 밝고 유쾌하다. 그래서 좋다. 엉큼 떨지않아서 더 좋다. 하핫
역시 대한민국 전역장군님 다우시다. 진짜루..ㅎ~
모래밭을 걷는다. 새들을 본다. 파도를 본다. 은빛물결을 본다.
그리고 가슴을 펴고 바닷바람을 심호흡한다.
우리들의 지난 시간들을 헤아려 보려는 듯 먼 바다 끝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소도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
대학으로 다른 직장 다른 직업으로 각자의 길로 흩어졌지만 끊임없이 이어져온 몇몇 친구들의 맹맹하나 끈끈한 정.
오래묵은 친구. 함께 나이들어 가는 친구. 서로의 감정사이를 의미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도
묵묵히 바라봐 주는 친구는 보물같은 재산이다.
그래~ 그랬구나. 그렇겠구나. 스스로를 놀랠킬만한 멋진 춤을 폼나게 추어 보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얘기하는 건지 알겠다~ 어이!! 친구~ 한 번 날아봐.
..........
그런데 그 꿈은 어쩌면
가을 아침 이슬에 함빡 젖은 나비의 마지막 날갯짓 같은 심정일런지도 몰라.
...........
근데 말야~ 우리 서로 사는 곳도 그리 머지않은 곳이니, *선생이 우리동네에 와서 함께 테니스나 치면 어떨까?
내가 말야~ 우리 아파트 테니스 동호회 회원 몽땅 불러놓고 판벌여 줄테니 라켓들고 발레를 하던지
그 어떤 춤을 추던지 공을 치던지 그 건 알아서 하고....어때?
유쾌한 친구는 그렇게라도 말해 주고 싶었나보다.
자라온 과정이며 살아온 이야기며 세월 보내는 스타일까지 잘 알고 있는 친구끼리는 무슨 말을 해도 기분좋게 들린다.
아니, 기분 좋게 말해 준다.
내블로그 친구중에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본 여인이있걸랑?
오늘 아침 그여인의 댓글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그 여인의 20대 때 작은 소망이 뭐였게? 그 꿈이 말이지~ 어부에게 시집가서 회나 실컷 먹을까?...였대.
어부를 바라보며 종알종알 혼잣말처럼 하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목청좋은 친구는 커다란 소리로 시원하게 웃는다.
그 웃음소리가 참 좋다. 아무 색깔 입히지 않은 순수하게 터져나오는 박장대소는 그 얼마나 유쾌하고 상큼한가.
해저무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나는 조개껍데기를 몇개 줍고 그는 작은 휘파람 소리를 바람결에 실어내며
몰려 드는 흰포말과 장난을 친다.
친구에게 한 말인지, 바다에게 한 말인지... 종래에는 구분지을 수도 없게 되는 나의
담담한 하루 해, 하루 이야기가, 은빛 바다 물결위에 허망스레 부서져 떠밀려 간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천 나들이 (0) | 2011.10.14 |
---|---|
강촌 구곡폭포 가는 길 (0) | 2011.10.13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0) | 2011.10.08 |
10월 6일 서해를 향해 달리다. (0) | 2011.10.08 |
10월 4일 인사동 표정 (0) | 2011.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