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묵은 친구랑
빗속을 걸어 비탈길을 오른다.
돌계단 저만치 꼭대기에서 운무 드리운 절집이
안개비 서린 마음을 내려다 보고 있다.
오를까...말까...
심지잃은 중생은 늘 망설인다.
'부처님~ 이젠 내려놓고 싶습니다. 아직도 냇물을 다 건너지 못한 건가요?'
바스스 소리나는 무릎 꿇고 절을 올린다.
산계곡 따라 피어오르는 안개비 바라보며
산머루茶 진홍빛 닮은 삶의 한자락을 달래고,
잔을 비우듯
마음도 비우고 싶어한다.
.
.
.
그랬으면 좋겠다.
오래묵은 내친구랑
빗속을 걸어 산을 내려 온다.
.
.
이렇게 내려가는 길은
비우고 걸어야 하거늘....
'부처님~ 오늘은 그냥 오늘일까요.
내일을 있게하는 씨앗일까요.
시간들은 이어져 가는 걸까요. 지금은 지금일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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