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여행...이렇게 하고 싶어요.

eunbee~ 2011. 8. 26. 19:44

종일을 강아지들이랑 이리저리 뒹굴거리다가 읽던 책을 마져 읽었습니다.

몇년 전엔가도 읽었을 이 책을 심심풀이삼아 다시 읽습니다. 여행을 생활로 삼고

온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의 일부분을 알게 된 듯도 합니다. 새삼 나도 이런 여행이 하고 싶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 여행 생활자] 책에는

20년 전에 내가 오르던 카투만두 부근의 나가르코트에서의 단상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 어느 겨울날의 그곳으로의 내 여행을 떠올리며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 책의 필자처럼 이런 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분의 글을 이곳에 옮겨봅니다.

 

[ 구름은 언제나 내 발 아래서, 그렇지만 아주 높이 떠 있었다. ....(중략)  구름이 늘 발 아래서 흘러 다니곤 했다.

그 구름 사이로 환히 열린 허공 아래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계단식 논들이 보였고, 작은 집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 구름 위의 정원에서 며칠을 보냈다. 다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차를 마시고 오래 보지못한 그리운 이름들을

적어 넣으며 엽서를 썼다. 엽서를 쓸 때면 나는 수취인의 이름부터 쓰는 습관이 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안부. 그 마음을 천천히 한 글자씩

새겨 넣는다. 고개를 들면 내 발 아래 구름 사이로 새들이 하나 둘씩 지나간다. .....(중략)

가끔은 구름 밑으로, 가끔은 구름 위로 올라가는 길을 걷는다. 마음만 먹으면 나는 구름 속을 지나갈 수도 있다.

구름 속에 들어가면 이슬비가 내리고 주변이 온통 환하다. 나는 손을 앞으로 내밀어 구름을 만져보고, 호호 불어보기도 하며

한참을 그 속에 있었다. 눈을 감아도 눈앞이 온통 환한 백색으로 빛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서 또 몇 발짝만 옮기면

나는 구름 밖으로 나온다. 가끔은 가만히 서 있어도 나는 구름 밖으로 나온다......(하략)  ] 저자 : 유성용.

 

20년 전, 히말라야의 일출을 보겠다고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의 이른 새벽에 나가르코트를 오르던 그때의 차가운 바람이

지금도 내 볼을 스치고 내 가슴을 적십니다.

다시 그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행 생활자]의 저자처럼 구름속을 걷고 호흡하며, 대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비록 잠시일지라도...

 

 

사진 : 어느 이른 가을날, 아드님이랑 함께 만난 주문진의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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