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Spezia '11

La Spezia -바다로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

eunbee~ 2011. 5. 2. 07:52

 

 

제노바에서 오후 2시 52분발 기차에 올랐다. 우리의 여행 목적지 친퀘떼레를 보기 위해

우리가 모항(^^)으로 정해둔 라 스페치아로 가기 위해..

 

 

가족티켓을 구입했기 때문에 20%의 할인을 받아, 세사람의 기차 요금은 30.60유로.

제노바 프린치페 역을 출발한 기차는 곧 어둠속을 내달렸다. 기차는 역을 떠나자마자 많은 터널 속을 달려야만 하는 운명이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다가 펼쳐지고, 남쪽으로 갈수록 움브렐라피네(이태리 소나무)와 사이프러스가 눈에 자주 띄었다.

 

 

푸르고 푸른 밀밭과, 붉은 지붕을 인 소박한 집들과, 먼 산들이 차창을 스친다.

파리와 파리근교에서는 볼 수 없는 산을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산은 거기 멀리에 담담히 서 있어도 많은 이야기를 건내오는 듯 가슴이 포근해짐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나는 내나라의 수많은 산, 고개만 돌리면 보여지던 그 산이 그리웠었나 보다.

 

 

친꿰떼레의 마을들이 마구마구 스쳐 지나간다.

한시간 남짓 달려온 우리는 La Spezia Central역에 닿았다.

역은 붐볐다. 친퀘떼레를 가기 위해 이곳에서 기차를 타는 여행자들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역을 빠져 나오니, 시내와 연결된 역 앞의 도로는 공사중.

한 옆으로 비켜서 걸어 역 앞을 지나니, 노오란 오렌지를 매달고 서 있는 가로수가 남국의 정취로

나그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오~ 반가운 오렌지나무 가로수.

소렌토에서도...멀리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도 그렇게나 반갑던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가로수!

이곳에서 또다시 나를 반겨주다니...

 

 

호텔은 기차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드르륵 드르륵 소리내며 가방을 끌고 거리를 걸었다.

오렌지나무 가로수에 반해서 우리는 역에서 호텔까지 걷기로 했다.

신호등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들이 친절하게 보행자를 배려한다.

기분이 좋다. 당연한 일이건만, 그래도 기분 좋고 흐믓하다.

 

 

호텔은 얼마나 상큼하고 깔끔^*^ 산뜻^*^ 쾌적한지, 우리는 마음이 흡족해서 환호성을 올렸다.

와우~~~

동으로 트인 창을 열면, 해변 쪽에서 날아온 갈매기가 우아한 날개짓으로 쉬임없이 날고...끼룩거리고,

남으로 트인 창을 열면 종탑의 종과 성당이 통채로 보인다.

최고의 위치구나!!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해변으로 나갔다. 해변까지의 길은 정돈된 건물과 명품 부띠끄들이 들어찬 걸 보니

이도시의 괜찮은 골목인가 보다. 오랜지나무 가로수 길을 건너, 푸른 공원을 건너, 종려나무 늘어 선 해변이 우릴 반겼다.

 

 

비아 이딸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해변로에는 종려나무가 줄지어 서서

푸른 바다와 잘 어우려졌다. 낭만이 줄줄 넘쳐 흐르네.

 

 

흘러 넘치는 남국의 낭만을 주워담으며, 천천히 해변로를 걷는다.

이제서야 바닷내음이 폐부에 고여 든다. 맘껏 심호흡 하자.ㅎㅎ

 

 

어리둥절 우왕좌왕 갈팡질팡 제멋대로 된 제노바에서 탈출^^하니 이리도 좋은 걸. 하하

저 할아버지 할머니도 내말이 맞댄다.^*^

 

큰딸 시부모님들이 제노바 여행이 좋았다고 해서 큰딸은 기대가 컸었나 보다.

그러나 제노바는 그분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곳이던데...이상도 하여라.-갸우뚱-

초호화 호텔에서 일급 서비스만 받고 휴양하셨남? ㅋㅋ

 

 

이탈리아의 명성 높은 아이스크림으로 목구멍의 여독(ㅋㅋ)을 달래고,

우리의 셰프께서는(큰딸은 자기를 이번여행의 셰프로 자원했다) 맥주를 한사발 들이키시공~

 

 

라 스페치아 비아 이탈리아에 저녁 햇살이 비낀다.

 

 

어딜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닮아있구나.

비낀 4월의 햇살을 누리며 앉아 있는 노년의 인생이 그닥 외로워 보이지 않네~

여긴 La Spezia이고, 내 기분은 한결 나아졌으니까...하하하

 

 

바다와 종려나무는 정말 정말 찰떡궁합이야.

둘이 어우러지면 최상의 낭만시츄에이션이 벌어진다니까.ㅋㅋ

 

 

해변로와 차도 사이에는 넓은 녹지공원이 형성되어 있어 지상낙원을 만난 기분이다.

바다, 종려나무 길, 녹지공원, 그리고 또 멋진 가로수....3종셋트에 플러스 원이닷! 와우~

 

 

이렇게~ 시원하고 쾌적하고 깔끔하고...ㅎㅎ

 

 

 

비아 이탈리아에는 배를 파는 복덕방도 있네.

 

 

이건 작고 작은 미완성 보트니까 9400유로. 아니? 그것 밖에? 옵션 치면 분명 배보다 배꼽이 크렸다.

보통 40만 유로 쯤 하더구먼. 가격표 보니까...

내큰따님 꿈이 배 한 척 장만해서 멀리 머얼리이~ 세상을 도는 일.

월말에는 월급타서 적금을 붓고, 년말에는 적금타서 낙타를 사렸더니. 9400유로 밖에 하지 않는 저배나 업고 가서

뚝딱 뚝딱 돛을 기워 올리고 세상 구경이나 나서야 할까 보다.

에라잇~ 개구리 같은 세상! 인걸.